여름의 시작은 하지부터 춘분까지이다.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여름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여름을 즐길 수 있다.

여름의 상징은 참 많다. 강렬한 태양과 불볕 더위, 쏟아지는 장맛비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줄기,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과 하루 해가 넘어가는 해변의 노을과 아침을 맞는 장엄한 태양, 사계절 중에서 여름 밤 만이 느낄 수 한여름 밤의 꿈의 세계, 산과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의 무능도원같은 상상의 나래, 쏟아지는 여름밤의 별빛, 어딘가 떠나가 일상에의 정지감 속 여유와 유유자족이다.

이 모든 것이 여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소년, 소녀, 청소년의 여름날의 추억 한 가지쯤은 다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가지지 못했다면 올 여름은 추억을 만드는 절호의 기회이자 생애에 잊지 못할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하면 항상 겨울이 떠 올라 여름을 능히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나뭇 잎새를 죄다 떨구고 앙상한 나무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처럼 사람도 겨울은 춥고 암홀한 시간을 보내어야 한다. 얼음에 둘러싸인 황량함과 적막함을 생각한다면 유월의 여름은 신록으로 옷 입고 에덴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움으로 즐거움이 고조된다.

땅은 신록으로 옷 입히고 하늘을 빛과 향기와 노래로 가득 채우는 여름은 너무나 환상적이지 않는가? 여름은 또한 더워야 한다. 그래야 채소가, 곡식이, 과실이 익어서 사람의 양식이 되어 살아 갈 수 있는 양식을 사람들에게 공급한다.

인위적인 냉방시설도 절제해야 자연 생태계와 동식물도 조화롭게 이 땅에 유지 번성할 수 있다. 더우면 땀 흘리면서 일하고 난 후 지하수에서 나오는 물로 등물을 경험한 자는 그 때의 기분을 알 수 있다. 땀의 소중함을 여름이 가르쳐 준다. 이 시대는 땀을 흘리지 않을려고 하기에 사고와 사건, 온갖 범죄가 판을 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이라도 땀의 소중함을 이 여름을 통해 자신이 먼저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여름동안 이런 계절의 정직성과 성실성으로 자연의 순응하는 지혜를 배우자. 땀 흘리고 하루 종일 일 한 후에 저녁을 맞아 곤한 잠에 빠져 들수 있는 것은 사람의 행복 중에 행복이다.

어느 시인이 밤꽃 향기를 맡고 쓴 글을 소개한다.

"밤꽃 향기를 맡은 적이 있는가? / 사랑의 유혹 또한 밤꽃 향기처럼 숨을 막히게 하는구나"/ 여름 향기에 취하기를 원하는자는 야산을 찾아가서 밤꽃 향기를 맡아보라!! / 서둘러 나도 호정골 야산에 가서 밤꽃 향기를 맡고 사랑의 유혹에도 취하고 싶다. / 향기와 사랑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벌럭 벌럭하다."

계절은 하늘의 그물이다. 경향신문 김태관 논설의원은 '하늘의 맷돌'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엉성한 듯해도 놓치는 것이 없다. 노자의 도덕경 제 73장에 나오는 말이다. 옛 어른들은 명심보감등을 펴놓고 '천망(天網)은 회회(灰灰)하여 소이부실(疎而不失)이니라"고 외며 그 뜻을 마음에 새겼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빠져나갈 수 없다. 사람의 손길은 피할 수 있어도 신의 손길은 피할 수 없다.하늘의 섭리는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 (1874~1948)는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님의 맷돌은 천천히 돌아가지만 갈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하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변개시켜서 편리와 안락을 도모하기보다 계절에 순응하여 이를 받아들일 때 하늘은 때를 따라 사람들에게 분명한 유익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여름을 이기는 지혜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