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과 짜고 장애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4년간 집안에 유기한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자녀 양육을 참작해 선처를 베풀었다. 법원은 그러나 범행을 사실상 주도한 내연남에게는 중형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11부(이관용 부장판사)는 11일 장애가 있는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해 등)로 구속 기소된 부인 K씨(31)에게 기본 권고 형량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내연남 J씨(39)에게는 사실상 범행을 주도한 점을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20년 간 위치 추적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살해해 시신을 은닉하는 반사회적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부인 K씨는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J씨를 만나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고 K씨가 양육을 책임지던 자녀 3명을 60세가 넘은 친정아버지가 힘겹게 돌보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선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한 J씨는 강도살인미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가석방된 직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범의 위험이 높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내연 관계인 K씨와 J씨는 2009년 3월쯤 서울에서 K씨의 남편 P씨(사망 당시 36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충북 청주로 이사와 4년 간 자신들의 집 다락방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K씨는 남편의 잦은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사귀던 J씨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P씨의 시신은 손발이 묶인 상태로 비닐랩과 이불로 수차례 감긴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의 범행은 내연남 J씨가 술에 취해 "시신을 버리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4년 만에 발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