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은 지난 5일 7월 첫째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1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번호 걸기(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된 이 조사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63%로 나타났다. 취임 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면 지역 대선공약과 관련,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물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모르긴 해도 큰 지지도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도 충북의 지역공약 7건 등 전체 지역공약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대선공약에 관한 한 정치권과 지역의 비판적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5일 박 대통령의 106개 지역공약을 뒷받침할 167개 공약사업(계속사업71개·신규사업96개)에 국비·지방비·민자 등 124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 했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이 빠진 원론적 수준이란 비판이 거세다. 개별 공약의 추진 일정과 방법, 지역별 우선 추진 사업과 개별 사업의 국비·지방비 부담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야지도부도 박근혜정부의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유수택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의 지역공약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가 과연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는 것인지 그저 시늉만 내며 시간 벌기 하는 게 아닌지 솔직히 좀 어정쩡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양승조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 회의에서 “96개 신규사업은 예산책정계획도 재원마련 대책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행 의지가 의심받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충북공약 7개 사업도 세부적인 실행계획이 누락된 것은 예외가 아니다. 청주·청원 통합 지원을 비롯 국제과학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중부내륙선 철도 복선·고속화, 내륙 교통인프라 확충, 청주공항 경쟁력 강화, 동서5축 고속도로 건설, 남부권 명품 바이오 산림휴양밸리 조성 등 7개 사업이 박 대통령 대선공약의 이행계획에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그 실행을 담보하는 정부의 구체적 실행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국민 신뢰 잃으면 정부의 생명력 잃게 된다

이러다 보니 일부 계획은 추진될 것이나. 다른 신규 사업은 재원 문제 등으로 박 대통령 임기 중에 불발되어 차기 정권으로 떠 넘겨질 가능성 까지 우려되고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 등 사전절차가 마무리 되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돼야 사업 추진이 가능할 터인데 동서5축 고속도로와 남부권 명품 바이오산림휴양밸리 조성사업은 이 절차가 미필인 상태다.

청주공항 경쟁력 강화 사업의 핵심인 활주로 연장 사업은 충북도민들이 그간 수도 없이 중앙정부에 건의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묵살돼 왔다. 충북의 입장에서는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도 필요하지만, 활주로 연장 사업은 청주공항 활성화 사업의 우선적 요체로 보고 있어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이를 성사시켜 세종시를 포함한 중부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과학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사업 역시 구체적 사업계획 및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등 실시계획이 불분명, 그 전도를 낙관하기 어렵다.

청주·청원 통합 지원 사업 등은 원만한 이행이 기대되지만 사업성 재검토와 재원 마련 등에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다른 대선 공약사업은 결국 불발되고 말 것이다. 그럴 경우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결과적으로 ‘정치적 사행행위’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원칙과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를 충북 등 전국 지역에서 보이지 않기를 촉구한다.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깨트려지면 그 정부는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