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오(三足烏)는 세발 달린 까마귀다. 고대 유적과 유물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고구려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지금까지 고구려 수도였던 만주 지안(輯安)과 평양등지에서 고분 벽화 혹은 금관의 장식 무늬 또는 와당(瓦當)등에서 찾아져 학계에 보고됐다.

필자는 지난 해 서울의 한 컬렉터가 소장한 많은 양의 삼족오 와당을 직접 친견할 수 있었다. 삼족오 와당은 모두 진품으로 매우 주목되는 것으로 그 출토지는 지안이었다. 지안은 왕도 국내성 유적으로 10여년전 도시개발에 따른 각종공사로 수많은 와당이 출토됐다고 한다. 삼족오 와당은 바로 국내성 궁지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 와당 가운데 많은 양의 삼족오 와당이 한국으로 흘러들어 온 것이다.

삼족오는 어떤 새인가. 이 새는 태양을 상징하는 일상(日象)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를 ‘금오(金烏)’ 혹은 ‘일중삼족오(日中三足烏)’라 부른다고 한다. 삼족오는 월상(月象·둥근 달 안에 두꺼비를 그린 그림)과 함께 하늘에 좌우 대칭으로 나타난다. 학자들은 이를 고대 동방의 조류숭배와 태양숭배신앙이 합치된 우주사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구려는 태양을 신봉한 민족이다. 시조 주몽은 설화 속에서 천제의 아들이며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의 아들로 그려지고 있다. 삼국유사에 보면 “천제가 홀승골성에 내려왔는데 오룡거(五龍車)를 탔었다. 도읍을 정하여 왕이라 일컫고 국호를 북부여라 하며 스스로를 해모수라 일렀다. 아들을 낳아 이름을 부루라 하고 성을 해로써 씨를 삼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해모수의 해’는 바로 태양의 우리말이 아닌가.

오룡거란 천제(天帝)가 아니면 탈수 없는 다섯 마리의 용이 끄는 호화로운 수레다. 중국고대 황제들은 모두 황금빛이 찬란한 오룡거를 타는 것으로 기록된다. 고구려의 주몽의 부친 해모수도 천제처럼 이 수레를 타고 수도에 강림하는 것으로 설화는 그려지는 것이다.

또 주몽의 어머니인 하백의 딸 유화도 부여 금와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하백의 딸인데 이름을 유화라고 합니다. 여러 아우들과 나와 놀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자기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라며 저를 웅신산 밑 압록강가에 있는 집안으로 유인해 몰래 정을 통해놓고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삼국유사의 기록을 뒷받침하듯 만주 지안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기록에서도 주몽이 ‘나는 천제의 아들이다(我是天帝之子)’라고 천명했음을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 지리서이며 백과사전격인 산해경(山海經) 대황망경(大荒東經)에는 다음과 같은 태양과 까마귀의 존재를 설명한 글이 있다.

‘대황의 한 가운데 얼요군지(孼搖郡抵)라는 산이 있다. 그 위에 부목(扶木)이 있는데 높이가 300리 이고 잎은 겨자와 같다. 골짜기가 있어 이름을 온원곡(溫源谷)이라 했다. 탕곡(湯谷) 위에 부목이 있다. 한 개의 해가 막 도착하자 또 한 개의 해가 떠오르는데 이들 해에는 까마귀가 실려 있다’

중국의 고대 고분이나 한대(漢代)의 화상전(畵像塼)에도 삼족오가 나온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들 삼족오가 힘이 없고 빈약하다는 점이다. 힘찬 기상이 넘치는 고구려의 삼족오에 비해 중국 삼족오는 현저하게 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에 '삼족오' 조형물이 건립된다고 한다. 탑평리 일대는 고구려 국원성으로 6세기 중반까지 이들 세력이 장악했던 곳이다. 그것이 중원고구려비나 탑평리 절터에서 발견되는 적색의 와당등이 말해주고 있다. 붉은 점토로 만들어진 탑평리 연화문 기와는 지안에서 출토되는 양식으로 삼국시대 대표적인 와당이며 서울부암동 와당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등에 소장되어 있다.

2년 전 경북도 구미시에서도 금오산(金烏山)을 근거로 하여 삼족오를 시의 상징으로 삼은 적이 있는데 이는 좀 오버한 것이었다. 이번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의 삼족오 형상 건립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며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지방사로 편입하고 있는 차제에 매우 환영할만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