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도박판의 승자는 자리에서 일어날 때 판돈을 압도적으로 거머쥔 자라는데 이론이 없다. 초장의 끗발이 아무리 좋아도 막판에 꽝이면 신세를 조지고 만다. 이런 이치는 어디 노름판뿐이겠는가. 마라톤 레이스도 그렇고,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공직 선거판도 막판의 끗발, 즉 지지도가 높아야 경쟁자를 누르고 승자가 된다.

한범덕 청주시장, 초장의 끗발은 좋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한범덕 후보는 당시 시장이던 남상우 한나라당 후보를 5천여표로 누르고 민선5기 충북의 수도 청주시의 성주가 됐다. 한 시장의 당선은 독선과 소통부재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청주시민들의 심판에 따른 반사적 이익효과도 있었겠지만 한범덕이란 ‘정치적 상품가치’ 자체가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한범덕 시장 지지자들은 그의 어떤 점을 높이 샀을까. 우선은 화려한 그의 학력과 경력을 들 수 있다. 한 시장의 학력은 청주 주성초·청주중·청주고·서울대(동양사학 학사)·청주대 석사(행정학)·충북대 박사(행정학)로 이어졌다. 경력은 제22회 행정고시 합격·대전시 대덕구 구청장·청와대 비서실·오송 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충북도 기획관리실장·충북도 정무부지사·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제2차관·미래과학연구원장·청주시장으로 연결됐다.

학력과 경력이 이런데다 한 시장의 후덕해 보이는 이미지와 괜찮을 것 같은 리더십 등에 기대를 건 지지자들과 많은 시민들은 한 시장이 임기 중 뛰어난 치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5일 청주시장 공약이행시민평가위원장인 김우식 청주대 교수는 평가 종합보고회를 통해 녹색문화 5개분과 52개 공약사업 중 복지재단 설립 등 11개 사업이 완료 됐고, 청주읍성 학술조사 등 41개 사업이 순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혼자 이룬 공은 아니지만 한 시장이 이종윤 청원군수와 두 지방의회 등과 힘을 합쳐 청주권 최대 현안인 청주·청원 통합에 기여한 공적은 평가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 시장에 표를 찍었던 사람 중 상당수가 우려의 시선으로 한 시장을 응시하고 있다. 청주시가 ‘청주시민신문’ 176호(7월호) 등을 통해 한 시장의 3년 공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해도 한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만해 보이던 한 시장의 리더십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우유부단의 리더십’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는가 하면, 부하 직원을 확실하게 장악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한범덕 안티맨’이 아닌 중간적 입장에 있는 식자층에서도 간단없이 표출되고 있다.

직원 비리 단속 실패, 취약한 리더십 드러내

한 시장의 인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결정적 이유는 부하 직원들의 비리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11년 11월 14일 ‘ 모 방송사 직원에 대한 청주시 공무원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시 수장으로서 사과했다.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되더니 이번에는 청주시 전 기업지원과장이 연초제조창 매입과정에서 KT&G 용역업체로부터 6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의 사건이 적발되어 한 시장은 또 사과를 해야 했다. 이러다보니 여론이 들끓으면서 청주시 의회, 공무원 노조, 시민단체 등은 청주시 직원의 비리 재발 방지와 시장의 관리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초자차단체장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 후보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민주당 충북도당 김종률 위원장마저 한 시장에게 사실상 경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6월18일 도당에서 열린 청주권 현안에 대한 지역위원장, 시도의원 긴급연석회의에서 “아무리 현직이라도 특별한 각오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6.4지방선거 공천의 문턱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지역 언론과 정가는 민주당 차원에서도 한 시장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음을 거론하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장의 통합청주시장 선거 가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자체장 당선자가 처음의 인기가 종말에 들어서면서 퇴색하는 일은 다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관하 공무원의 비리나 단체장 리더십의 파탄에서 초래된다면 그건 본인의 불행뿐만 아니라 그를 뽑아준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내년 80만 통합시로 출범하는 청주시의 수장은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이 확립되고 시민들의 신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이게 청주시민들의 보편적 바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