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를 놓고 충북도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내년 정부예산 4조원 확보를 목표로 세웠으나 중앙부처별로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정부예산 반영액은 3조8천299억원에 그쳤다. 4.3%(1천701억원) 미달하면서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청주공항 활주로 연장이나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 등 일부 주요 사업은 국비 요구액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시종 지사는 26일 정부 예산 확보 대책 회의를 열어 목표액 4조원 정부 예산 반영을 위한 증액사업 건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 '괴산 유기농'·'오송 바이오' 엑스포 차질 우려

유기농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준비 중인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가 기로에 섰다.

충북도와 괴산군은 소요 예산을 300억원으로 잡고, 이 가운데 국비로 125억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도는 우선 내년도 사업비 100억원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중앙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에는 유기농 엑스포 지원 예산이 한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국제행사로 승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액의 국비를 투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이유다.

국비 지원이 무산되면 유기농 엑스포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설령 뒤늦게 국제행사로 승인돼 국비를 지원받더라도 예산 집행 지연에 따른 기반시설 조성과 홍보·마케팅 등 사전 준비 작업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통합 청주시 출범 직후인 내년 8월 오송생명과학단지 일원에서 개최할 오송 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도 정부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내년도 국비 요구액 37억3천만원 가운데 절반만 반영됐다. 그나마 작년 9월 국제행사로 승인됐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괴산 유기농엑스포처럼 국비 확보에 진땀을 흘릴 뻔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국비가 전액 지원되지 않는다면 행사 기간을 줄이거나 규모 축소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국제행사로 승인됐다는 점에서 증액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괴산 유기농엑스포에 대해서도 "국제행사 승인이 국비 확보의 필수조건"이라며 "조속히 국제행사로 승인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청주공항 활주로 연장 등 SOC 예산 '대폭 삭감'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예산은 대대적으로 삭감됐다.

신규 사업은 대부분 국비 요구액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턱없이 깎인 계속사업도 적지 않다.

청주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이 대표적인 예산 미반영 사례로 꼽힌다.

충북도는 청주공항을 중부권 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활주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2천744m인 활주로를 3천200m로 연장해야 500석 안팎의 대형 여객기가 이·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활주로 연장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지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충북도가 요구한 120억원의 내년도 국비 요구액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이런 탓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진입도로 건설에 필요한 국비 20억원이나 오송 연구병원 건립에 쓰일 국비 23억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청주∼충주∼제천을 잇는 충청내륙고속화도로는 내년도 요구액 265억원 가운데 80억원이 반영되는데 그쳤다.

◇ "국회의원·중앙부처 공략하라"…투 트랙 접근

중앙부처별 예산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심사는 내달 19일까지 이어진다.

수차례의 심사를 거쳐 9월 말 확정되는 정부 예산안은 10월 2일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 설득이라는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목표액 4조원 달성을 위해 당장 충북도에 남은 시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충북도 공무원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옷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도청 실·국장들은 당장 27일부터 지역 국회의원들 접촉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 현안을 설명하고, 관련 예산이 정부 예산에 반영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기재부를 비롯한 중앙부처를 방문, 재정 자립도가 낮은 충북의 상황을 설명하고,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인 것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반영하지 않은 예산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고, 이미 반영된 예산은 깎이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예산 확보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