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더운 여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강과 하천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녹조다. 녹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녹조와 적조는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바다와 강 등의 색깔이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는 여름철 고온이 1주일 이상 계속될 때 프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번식하게 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것을 '부영양화'라고 하는데 이 현상으로 강이나 바닷물의 색깔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바다에 생기는 적조는 요즈음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고 기록을 보면 신라 선덕여왕 8년(639AD) 7월에 “동해물이 붉고 뜨거워 고기들이 죽었다(東海水赤且熱魚鱉死)'”란 기록이 있다. 붉은 물이라면 바로 적조다.

10여년전 국립수산진흥원 모과장이 우리나라 옛 기록에 나오는 적조현상을 조사 연구하여 흥미를 끌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57년부터 1472년까지 1529년간의 적조현상을 조사했는데 적조발생이 모두 21회나 됐다고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조선 태종14년(1414AD) 발생한 적조. 8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13일간 전라도 순천부에서 경상도 흥해 까지 13곳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남해바다에 오랫동안 적조 띠가 형성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신라 아달라왕 8년 8월(161AD)에 발생한 적조는 독성이 아주 강했던 모양이다. 삼국사기 신라 아달라왕조에 보면 `바다고기가 많이 죽어 나왔다(海魚多出死)'는 기록이 나온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강이나 하천에 초록색 녹조현상이 생겼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기록하지 않은 것인지. 요즈음처럼 생활폐수에 의한 하천오염이나 인위적으로 보를 막는 일이 없어 녹조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경기도에서 가장 크다는 용인시 기흥저수지가 지금 녹조로 뒤덮여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아름다운 기흥저수지는 생활쓰레기와 녹조가 엉켜 붙어 거대한 추상화를 연상시켜 보기가 민망스럽다. 이 호수에서는 물고기의 오염으로 낚시마저 금지됐다.

녹조현상은 6월초 이미 낙동강에서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1급수였던 청주 무심천에서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상북도 환경단체는 녹조가 4대강 사업에 의해 물이 가둬져 있기 때문이라고 당국을 공격하고 있다. 빨리 보를 헐어 숨통을 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폐수나 공장폐수, 비점오염원이 하천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합성 세제는 다른 물질과는 다르게 미생물에 의해서도 분해가 안 된다고 한다. 여기에 세척력을 높이기 위하여 넣는 `인'은 인산염이 되어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켜 물을 썩게 한다.

기흥지역 하수종말처리장은 올해 초에 많은 양의 함성세제가 처리되자 않은 물을 탄천에 방출하여 신문에 보도 된 적이 있었다. 이 지역 환경단체들은 탄천을 오염시킨 수많은 세제 거품덩이를 보고 하수종말처리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매년 녹조 제거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이다. 기흥저수지와 이에 연결된 생태하천조성에 7백억이 넘는 국가 예산이 책정됐다는 보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대로 가면 한국의 호수들은 농업용수로서도 쓸 수 없게 되는 죽은 호수가 될지 모른다.

일본 비와꼬(琵琶湖)는 교또, 고베등에 살고 있는 1천4백만명의 젖줄이다. 시가현 주민들은 30년 전 기흥저수지처럼 녹조로 호수가 죽어가자 힘을 모아 합성세제를 조례로 금지, 청정한 1급수를 되찾는 기적을 창출했다.

우리도 이를 실천하면 된다. 우선 강 호수주변에서 국민운동으로 각 가정마다 합성세제를 줄인다면 녹조도 안 생기고 결국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