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 시정명령에도 불구, 충북대의 기숙사 식권 ‘끼워팔기’ 행위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돈 내고 못 먹은 경우가 많아 식권선택제를 선호하는 반면, 학교 측은 자율 시행 땐 수요예측 어려움 등 이유로 식권의무제를 강행하고 있다.

충북대에 다니는 A(21) 씨는 2008년 지은 신축 기숙사 '양성재'에 살면서 기숙사 측의 식권 끼워팔기에 마음이 상했다.

A 씨가 살고 있는 양성재 원생실에 입소하려면 주 7일 3식(1끼 당 1천960원), 주 5일 3식(1끼당 2260원)중 선택해 기숙사비와 함께 납부해야 한다.

A 씨는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식사를 하러 기숙사에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다"면서 "식권을 다 못 쓰고 남아도 다른 사람한테 팔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1끼씩 구매할 수도 없게 돼 있어 돈만 내고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푸념했다.

식권을 선택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A 씨처럼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지어 위탁 운영하는 양성재의 경우 입소할 때 관리비를 포함해 한 학기 당 선택에 따라 식사비 포함 113만760원, 학교가 직영하는 본관 개성재는 90만5,040원, 계영원은 100만3,320원을 선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균관대를 다니는 한 학생이 성균관대 기숙사 봉룡학사의 한 달 60끼 식권 끼워팔기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전국 대학 기숙사의 식권 끼워팔기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공정위는 당시 '대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올 때 의무적으로 한 달에 60장의 식권을 구입토록 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성균관대는 공정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식권 의무구매를 폐지하고 식권을 아예 사지 않는 것을 포함해 4가지 식권 선택권제를 운영중이다.

이에 대해 충북대 생활관 행정팀은 공정위가 두 가지 해석을 내렸다며 현행 운영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전남대에서 의무식에 관해 공정위에 문의한 결과 '국립대 BTL 생활관 거래에서 일반적인 거래 관행으로 판단된다. 생활관은 학교나 회사 등에 부속되어 구성원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시설이므로 생활관 이용과 부속식당 사용을 별개의 상품으로 보기 힘들어 기숙사가 부당하게 식당 이용을 강제했다고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충북대는 양성재만 BTL로 운영할 뿐 본관 개성재와 계영원은 직영하고 있다. 충북대 논리대로라면 양성재를 제외한 기숙사들은 공정위가 말한 거래강제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충북대가 지난해 11월말 2차 설문조사(응답인원: 생활관생 2,359명 학무모503명) 결과 급식선택제는 생활관생 48% 학부모 22%인 반면 3식 의무식은 생활관생 52% 학무모 78%로 나타나 학생에 비해 학부모들이 의무급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 학생생활관 이승동실장은 "의무급식 문제 등으로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지만, 학생과 학무모 동의가 선행될 경우 문제가 없다는 해석에 따라 의무급식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완전 자율로 운영할 경우 수요 예측이 어려워 식비가 올라가고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등 식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실장은 "학생 개개인의 의견을 총족하지는 못해도 수업 등 이유로 불가피하게 식사를 하지 못할 경우 식비를 반환하는 등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대학생활관은 대학이 직영하는 본관(개성재 564명, 계영원 392명) 956명, 민간투자인 양성재(BTL) 1,612명, 양현재(외국인) 154명 등 총 정원이 2,722명(남 1,371명 여 1,351명)이다. 2인1실이다. 기숙사 경쟁률은 평균 2대1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