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출신 윤진식 의원은 충북의 자산이자 보배다. 그는 30여년간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었다. 재경부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국회의원 등 스펙이 화려하다.

옛 재무부 과장 시절부터 그에겐 ‘진돗개’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한번 손을 댄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보고야 마는 ‘끈질김’ 때문이다. MB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및 정책실장 재직 당시에도 현안이 발생하면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에 매달려 주위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워커홀릭’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그가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던 1997년 당시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일찍 감지해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보했던 일은 관가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그는 일시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편법을 쓰기보다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길게 보고 정도로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그에 따른 코스트가 가장 덜 드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고향인 충주에서 18대 보궐선거로 금뺏지를 단후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정 활동 3년여동안 충주기업도시 유치 성공, 충주시 예산 1조원시대를 열게 한 장본인이다. 그래서 지역구민들 신망이 두텁다. 그의 후광으로 고교와 대학 후배인 이종배시장이 당선됐다.

윤 의원이 지금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3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관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장에게 4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지난 2월 8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지금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윤 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고법 진행된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참석해 "유 회장은 20여년전 이후로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유 회장이 피고인을 만나 돈을 건넨 장소로 피고인의 자택인 아파트를 지목하고 있지만, 아파트 구조를 설명한 피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유 회장이 돈을 줬다는 시점에 피고인은 선거 지역 사무소 개소식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며 이를 입증할 지인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윤 의원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5일 열린다.

유 회장과 연루된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정관계 인사만 10여명이다. 유 회장과 '전·현직 실세 정치인'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여 있는 이들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에 넘겨진 이후 대부분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유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된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치안정감)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 회장이 이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넨 시간과 장소, 경위가 명확하지 않아 이러한 의심만으로는 이 전 청장을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내년 도지사 선거서 ‘리턴매치’ 성사 가능성

이 전 청장처럼 윤의원도 돈을 건넨 시간과 장소, 경위가 불분명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경우 무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윤 의원이 항소심에 무죄판결을 받든,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든, 충주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이 항소심에 무죄판결을 받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지금 거론되는 후보로는 이시종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럴 경우 고교동창인 친구와 ‘리턴매치’가 성사되는 셈이다. 18대 총선에서 맡붙은 두 사람은 5년만에 다시 싸우는 것이다. 정치엔 친구도, 의리도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윤 의원이 정치적 시련을 극복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시종지사와 맞짱 뜰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