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주 연초제조창 매입 비리 사건으로 청주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건물의 감정가를 둘러싼 의문이 하나 풀렸다.

경찰이 발표한 '감정가 250억원'의 출처를 뒷받침할 자료가 뒤늦게 나와서다.

청주시는 11일 "경찰 수사와 관련, 과거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2006년 9월 작성된 'KT&G 소유 부지 및 첨단산업단지(동부창고 부지) 교환 매입 추진 검토 보고서'를 발견했다"며 "이 자료에 '253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용공업지역인 옛 연초제조창 건물 20채(건축면적 8만6천여㎡)와 부지 5만3천여㎡에 대해 서울의 감정평가사에게 탁상자문(감정자문)한 결과 253억원이 나왔다.

애초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KT&G는 청주시가 과거에 약속한 대로 용도가 2종주거지역으로 바뀔 것을 전제로 446억원의 자체 가격을 제시했다.

이학열 청주시청 감사관은 "경찰이 아무래도 이 자료를 수사에 참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앞서 "시는 연초제조창 매입 가격으로 감정가 250억원을 요구한 반면 KT&G는 400억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으나, KT&G의 용역업체인 N사가 시 고위공무원 이모(51·구속)씨를 접촉해 6억6천만원을 제공하고 350억원에 부지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씨 구속 이후 "관련 서류를 다 훑어보고 있지만 250억원이라는 숫자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10년 11월 시와 KT&G가 각각 다른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한 뒤 산술평균해 매긴 공식 감정가는 359억470여만원이었으며 협상을 통해 350억원으로 최종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연초제조창 매입 업무를 주도했던 이씨는 2006년 KT&G와의 협상에서 '250억 카드'를 처음 꺼낸 뒤 2010년 초반까지 고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정가를 둘러싼 의혹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2006년의 탁상자문과 2010년의 실제 감정액 차이가 무려 100억원가량 나기 때문이다. 물론 탁상자문은 정확한 계산법이 아니다. 말 그대로 서류만 보고 대략 산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청주의 한 감정평가사는 "서류로만 검토하는 형태여서 오류 가능성이 크고, 계속 문제가 생겨 지금은 금지됐다"며 "탁상자문과 실제 감정은 아무리 액수 차가 커도 비교 대상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경찰이 감정평가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와 이 과정에 부정이 개입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