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베르니 마을은 화가 모네의 고향이다. 파리에서 70km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모네의 집과 묘소가 있으며 명작 ‘수련’의 무대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 모두가 모네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레스토랑, 샵들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맞아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17세기 유럽화가의 거장 렘브란트. 부인 사스키아를 사랑하여 항상 모델로 삼은 일화는 너무 유명하며 많은 시인들이 시의 소재로 삼았다. 이들 부부애의 로망은 세계인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는 네덜란드 라이든 출신이었으나 이웃 나라 덴마크에서 많은 작품을 고가에 수장하여 더 열심히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모네나 렘브란트의 작품은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한동안 크리스티, 소더비 등 경매장에서 최고의 가격을 호가했다. 모네의 작품은 오래전 61억 원에 경매가 이뤄진 기록이 있고 렘브란트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62세 부인 초상화’가 350억 원에 팔린바 있다. 작품이 경매 될 당시 세계인들은 천문학적 가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들 렘브란트의 그림 가격을 뛰어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 작가 제백석(齊白石)의 작품이 한 경매에서 718억 원이 넘는 경매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뭉크의 절규는 1천2백억,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1907년)은 1천4백억 원에 팔려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작품가격이 얼마까지 올라갈 지 예측 불허다.

중국 화가들의 작품 값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중화 우월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국 화가들의 작품 가격을 최고의 값으로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대부호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조선 후기 독보적 서예예술을 창조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간찰은 고작 3백만원~3천만원, 정선 겸재의 작품도 소품인 경우 2~3천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한다. 고 박수근화백의 작품이 한국작가 경매사상 최고가인 46억 원에 거래 된 기록은 있지만 인사동을 가면 근세 10대 작가로 불렸던 거장들의 가격은 몇 천 만원을 넘지 않는다.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서 있은 고 운보 김기창 화백의 청록산수화(전지)의 감정가격은 3천만 원이었다. 호남 화단의 거목이었던 한 작고 작가의 경우는 고작 기백만 원에 거래된다.

많은 중진 화가들이 생계가 어려워 택시기사로 나섰는가 하면 심지어 건축공사장의 인부로 일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한국화단의 생존력은 지금 최하위이며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우를 받는 현실에서 젊은이들 어느 누가 화가가 되겠다고 나서겠는가.

이를 반영하듯 최근 청주대 회화과 폐지가 지역의 이슈로 등장했다. 대학의 이런 방침은 지역화단의 암울한 현실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씁쓸하다. 아무리 취업이 안 된다고 회화과를 폐지하려는 지역에 희망이 있을까. 예술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력 없는 나라는 아무리 경제성장을 한다 해도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으려는 문화애국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작가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역량 있는 이들이 많다. 매년 수 조원을 벌어들이는 대기업이나 지역의 유력한 기업들이 메세나 운동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는 일부터 벌여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아사직전에 처한 한국의 미술가들이 일어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들의 로망을 스토리텔링으로 삼아 세계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프랑스나 네델란드의 사례도 배워야 한다. 작고한 거장들의 고향을 아름답게 가꾸고 생존한 유명작가들의 미술관을 만드는 일에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