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 주석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 論)론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고양이 묘(猫)자를 써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1979년 덩샤오핑이 미국 방문 후에 언급한 말이다. 숨은 뜻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후 흑묘백묘론은 1980년대 중국의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용어가 됐다. 중국 등소평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현재의 중국을 표현하고 있다.

최근 충북에서도 화상경마장 유치를 놓고 흑묘백묘론이 생각나 인용한 것이다. 충주시는 어찌되었든 시민을 잘살게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화상경마장 유치에 적극 나섰다. 반면 청주시는 사행성 등 이유로 부정적이다. 나아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충북지역 5개 장애인단체로 구성한 ‘청주 마권장외발매소 유치 추진위원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청주명암타워에 장외발매소를 설치하기로 하고 6월말까지 마사회에 유치희망서를 제출키로 했다. 이번이 청주·청원권에서는 세번째로 화상경마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경마는 국내뿐만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선진국이 즐기는 귀족스포츠다. 경마를 즐기고 싶어도 지역에서 과천경마장까지 다닐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게 화상경마장이다. ´도박´이란 부정적인 면을 지녔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의 상당수가 즐기고 있는 스포츠다.

특히 화상경마장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다. 민주통합당 김승남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외발매소 1개소 당 평균 연간 매출은 1840억원, 입장인원은 47만9000명으로, 총매출이 경마장에 비해 2.3배, 입장인원은 3.3배가 높았다. 또 평균 수익률이 280%에 달하는데, 그중 수원은 615%, 안산 500%, 천안 454%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다. 부정적인 지역사회 여론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추진하는 이유다. 마사회는 향후 5곳을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 32개 화상경마장이 운영되고 있다. 물론 지방세수를 위해서다. 하지만 충북에는 한곳도 없다. 충북장애인단체가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면 2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충주시 유치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충주시는 이종배시장이 수안보에 유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나아가 청주시민단체들의 반발이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뚫는 자는 흥 한다"는 문귀는 몽고 수도 울란바타르 근교에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Tonyuquq)의 비문에 새겨진 글귀이다. 이 문구는 끊임없이 변화와 이동을 모색하는 열린사회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열린사회를 지향해야만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구다.

한범덕 청주시장의 선택이 관건

화상경마장을 놓고 청주시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익숙해져 성을 쌓고 충주시는 몽골의 위인처럼 길을 뚫는 자세로 열린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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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과거의 그때처럼 성을 쌓고 닫힌 사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도박장이란 부정적 기능이 있지만, 시설장 도입을 계기로 한국마사회와 새로운 관계설정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의 또다른 원동력으로 삼고 ´열린사회´로 나갈지 선택에 달렸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화상경마장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면 시장의 동의가 필수이다. 그래서 한범덕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기 선거를 앞두고 한 시장에게는 화상경마장은 ‘정치적 도박’이기 때문이다. 청주시장이 명분과 실리중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