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저 열일곱 학생의 손가락 피여…나는 그 피를 위하여 노래하며 그 피를 위하여 춤을 추노니 무릇 한국에 인정이 있는 남녀들이여 모두 이 피를 위하여 노래하고 춤을 출지어다(학계의 꽃 중에서)"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인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과 사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詩) 전집이 나왔다.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단재 선생이 쓴 47편의 시가를 추가로 발굴, 정리한 '단재 신채호 시 전집'을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시 전집에는 학생들의 단지(斷指) 사건을 노래한 '學界의 花(1908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자책에서 자결한 충정공 민영환 선생이 순국한 지 210여 일 후에 선생의 고택에서 생겨난 대나무를 소재로 한 시가인 '혈죽가(血竹歌·1906년)' 등이 새롭게 수록됐다.

추진위원회는 1999년 단재 선생의 시 53편을 엮어 '단재 신채호 시집'을 펴낸 바 있다.

단재 연구가로 이 시 전집을 편역한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는 "'학계의 꽃'과 '혈죽가'는 열혈 정신을 강조한 시가로 조국을 지키고 찾기 위해서는 피를 흘리고 투쟁할 것을 강력하게 주창한 시가"라고 평가했다.

단재 선생을 논설에 시가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거의 유일한 논설 기자라고 강조한 박 전 교수는 이번에 새롭게 수록된 시를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논설에서 찾아내고서 단재 선생의 문체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고증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교수는 그러면서 "단재 선생이 근대시 정립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지만 아직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근대시의 선구자로 최남선, 이광수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보다 앞에 세워야 하는 시인은 신채호 선생"이라고 강조했다.

단재는 지금의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 고향인 청원군 낭성면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조선상고사'의 저자이기도 한 단재는 일제에 체포돼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