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희 편집국장

드디어 갈 데까지 간 것인가. 청주시 의회의 스타일 구기는 막장행태가 벌어졌다.

청주시의회 여성 의원이 상대 당 남성 의원으로부터 '언어 테러'를 당했단다.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터라 누구의 주장이 맞다 그르다 나설 형편은 아니지만, ‘비겁하게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여성의원의 분노가 터무니없는 쇼는 아닌 듯 보인다.

전 의장이던 남성 의원은 여성의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모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광기 어린 모습에 두렵다는 생각만 들었다"하니 면전에서 본때를 보인 모양이다. 그러나 남성의원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욱하는 마음에 동료 의원에게 한 얘기가 전달된 것 같다"며 직접적인 막말이나 여성비하, 폭력은 절대 없었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둘 중의 하나가 환장할 상황인 것이다.

두 의원 사이에 험한 기류가 형성된 것은 청주테크노폴리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조건안 처리 때문이었다. 청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직후 연철흠 의원은 서명희 의원에게 "지난 회기 때 통과시켰으면 오늘 같은 마찰은 없었을 것"이라는 껄끄러운 지적을 했다. 서 의원이 연의원의 지적질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모양이다.

여성의 맞대응에 빈정이 상한 남성은 여성의원을 재정경제위원장실까지 따라가 폭언으로 응징했다고 한다. 남성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서 의원에게 욕을 하지 않았고 고성도 오고 간 적 없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동료의원들의 만류로 마무리 됐다는 증인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그런데 연 의원이 퍼부었다는 욕의 내용이 참 거시기하다. "어디서 술 팔던 X이 의회 와서 뭘 안다고 떠느냐. 개XX들 니들끼리 잘해봐라"는 등의 막말을 쏟았다니 전해 듣는 귀를 의심하게 된다.

서 의원이 만일 외상값을 받으러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밥집 아주머니라 해도 차마 못할 언사가 아닌가. 지역주민이 표를 몰아줘 당당히 들어선 동료의원에게 이런 말뼈따귀 같은 폭언을 전반기 의장이던 그가 거침없이 퍼부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청주사람임을 밝히기 부끄럽게 돼

청주시의회 욕설 파문은 지역 정가를 넘어 전국에 청주시의회의 활약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사태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남의 험은 침소봉대하면서도 자신의 과실들은 감추고 줄이려 드는 치졸함이다.

한날, TV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유명 정치인이 유치원을 방문했다. 교사에게 미리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의 열렬한 환호에 뿌듯한 마음이 든 그는 원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린이 여러분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네 의원님이요~·”
어린이들이 자기를 알아봐주자 더욱 으쓱해진 그는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아저씨 이름이 뭔지도 알아요?”
어린이들이 제비 같은 입을 벌려 큰소리로 대답했다.
“X자식이요”

세상사 모두가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