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뽑았다. 중국 춘추시대 고사에서 유래된 이 사자성어는 ‘도둑이 자기 귀를 막고 소리 나는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통상 자기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은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그래봐야 소용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그 해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는 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 선정된 사자성어는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 잘못이 있는 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음을 비유)’,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함. 바른 길을 좇아 정당·순탄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함을 비유)‘,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췄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 진실을 숨기려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다.

모두가 소통 부재, 그릇된 국정운영을 일삼는 이명박 대통령을 빗댄 말이라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집권 마지막 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뭘 바라는지 신경을 안 쓰고 끝까지 (최근엔 뜸해졌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입에 달며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그와 집권층에게 국민은 글자 그대로 ‘긍휼히 여겨 계도해야 할 존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다수가 반대한다는 건 곧 그만큼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임기가 1년 간신히 남은 상황에서도 뭐 하나 바뀐 게 없는 이 대통령에게 그런 ‘상식’을 바라는 건 이제 요원한 일이 됐다.

모 정치 블로거의 글을 보니 웹 상에서 최근 2011년 최고의 망언 1위에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청와대에서 말했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올랐다. 그런데 ‘엄이도종’에 이어 올해의 사자성어 2위가 ‘여랑목양(如狼牧羊)’이다.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다’는 뜻이며 탐욕스럽고 포악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함을 의미한다.

자신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기 대통령은 제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