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희 편집국장

요즘 대한민국에서 속이 제일 든든한 사람이 윤창중씨 일게다. 여론은 물론 각종 언론 매체마다 다투어 윤씨 욕 먹이기 경연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분은 그렇다 치겠는데, 북한 매체들까지 나서서 연일 윤창중을 연일 헐뜯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남 선정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먼저 ‘남조선 보수패당만이 세울 수 있는 수치스런 기록’이라면서 윤창중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뒤를 이어 조선중앙통신이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기간 성추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며 핏대를 올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가 소동을 일으켰다는 중앙통신의 비아냥거림을 듣자하니 심히 속이 불편하다. 미워서 발길질을 하던 천덕꾸러기 내 집 강아지라도 남이 눈을 흘기면 마음이 언짢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 많은 욕을 먹고 어찌 견디고 있을까. 영광스런 대변인(代辯人)에서 치욕스런 대변인(大便人)으로 격이 뭉개진 윤씨의 상태가 궁금하기만 하다.

간혹 윤창중 편을 드는 이가 있긴 한데, 그들은 하나같이 톡톡히 경을 치렀다. 사소한 취중 실수인데 너무들 한다며 윤씨를 측은히 여겼던 한 인사는 윤씨에 버금가는 욕을 먹고 나서 ‘어마 뜨거워라' 사과를 했고, 성추행 혐의에 의혹을 제기한 또 다른 인사는 ’기본적인 윤리마저 없는 자‘라는 식의 공격을 정신없이 받고 있는 중이다.

사실 윤씨가 일으킨 사건은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파격적 망동이다. 그래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보다 더 많은 욕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지만 눈꼽만치도 그를 동정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윤씨 주변을 취재하는 몇몇 언론의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보도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특히 한 종편 매체는 윤시의 아파트 문에 고성능 마이크를 들이대어 윤씨 부인의 흐느낌 소리를 중계하듯 내보기도 했다.

“윤창중씨 부인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곁에서 아들이 어머니를 달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안에서 새어나오는 여인의 곡성과 웅얼대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취재기자는 좋은 건수를 올렸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키웠다.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하여 가족과 이웃의 사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친절한 취재 열정에 몸서리가 쳐진다. 가족들이 죄인처럼 갇힌 아파트 철문 앞에서 장사진을 친 수십 명의 취재진들이 어지른 쓰레기가 하루에 대형 비닐봉투로 3개 가득이라고 한다.

가족과 이웃까지 괴롭혀서야

잘못을 저지른 가장으로 인해 가족들이 더 큰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면 연좌제가 다시 살아난 꼴이다. 과거,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하고 처벌했던 악법이 연좌제다, 범죄인의 가족이나 친척을 연좌제에 의해 처형했던 연좌제도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혈연적 유대가 강했던 조선사회의 특징이었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 한다”는 연좌제 금지규정이 법에 명시되어 있는 작금에, 사건을 일으킨 자의 가족을 공개적으로 감시하고 괴롭히는 범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무자비하게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동원한 적극적인 테러다.

이러한 테러를 우리 모두가 관음증 환자처럼 즐기고 있다. 누구도 범죄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