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으로 충북 전역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송홧가루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세차업계는 즐거운 비명인 반면, 식당과 호흡기 환자들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13일 청주시 상당구 명암저수지 인근 주차장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듯 노란색 송홧가루로 뒤범벅된 차들이 즐비했다.

인근 산자락에서 날아들어 온 송홧가루 탓에 손쓸 틈도 없이 온통 노랗게 물든 차량이 세차를 위해 몰려든 것이다. 이 일대 세차장에는 이날 오전부터 송홧가루를 닦아내려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용담동에서 온 이정숙 주부는 "검은색 차량이라 송홧가루가 쌓인 게 너무 표가 나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라며 "기껏 세차해 놓았더니 5분도 안 돼 또 가루가 묻어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경기 불황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게 된 세차장들은 '꽃가루 특수'라며 표정 관리하기에 바빴다.

금천동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이태영씨는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면 평소보다 2배가량 손님이 늘어난다"라며 "봄 장사는 꽃가루 덕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일찍부터 산행에 나섰던 등산객들은 꽃가루를 피하려고 모자와 마스크로 완전무장했다.

금천동에 사는 임기산 주부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꽃가루가 날려서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 다녔다"며 "휴대전화기를 잠깐 들고 있었는데 액정에 노란 꽃가루로 덮일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꽃가루 때문에 고통받는 건 음식점 업주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산 부근서 염소탕집을 운영하는 식당주인 송모씨는 “때 아닌 무더위로 문을 열어놓으면 식당으로 송홧가루가 날아들어 닦고, 또 닦아도 끝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송홧가루로 다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지만 먼지처럼 보이기 때문에 계속 닦아줘야 하거든요. 아무리 닦아내도 손님들이 온몸에 송홧가루를 묻히고 오는 바람에 금세 더러워져서 힘드네요"

올해 5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2.8도가량 상승,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꽃가루와의 전쟁도 일찍 찾아왔다.

전문가들은 천식과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에는 운동을 삼가고, 외출 후에는 손과 발을 자주 씻으라고 당부했다.

유승두 열린 이비인후과 원장은 "흔히 자신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는 분들은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코가 막히면 염증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콧물이 맑게 흐르거나 재채기가 심하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