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란 말은 어머니와 아버지란 낱말의 합성어이다. 그러니까 어버이날(5월8일)은 어머니와 아버지 즉, ‘부모의 날’이란 뜻이다. 그러면 왜 국가가 가정의 중심인 부모의 날을 구태여 ‘어버이날’이란 명칭의 기념일로 정해 여러 행사를 갖도록 했는가.

이에 대해 정부는 “범국민적 효사상 앙양과 전통 가족제도의 계승 발전은 물론 효행자와 모범가정, 장한 어버이를 발굴해 포상·격려할 목적으로 어버이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고 전통적인 효사상의 미덕을 기리기 위해 어버이날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어버이날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각 가정에서는 나름대로의 가족 모임이 있었고, 혼자 사는 노인들은 더욱 쓸쓸한 하루를 지내야 했다. 각 지자체와 사회단체 등은 효사상 고취를 위한 여러 행사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날(5월5일)에 비해 그 관심의 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어버이날은, 힘없고 고독한 오늘의 ‘늙은 어버이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다.

지난 3월 25일 일간신문과 방송들은 지리산 병든 암컷 반달가슴곰이 병든 몸으로 새끼 곰을 보살피며 겨울잠을 자다 탈진해 숨진 사실을 보도했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05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온 이 암컷 반달곰(9세)은 금년 3월 14일 지리산 중턱 동면(冬眠)굴에서 탈진한 채 발견됐다. 그간 새끼 4마리를 낳았던 이 곰은 정상 체중100kg에서 25kg이나 빠져있었고, 폐·간 등 장기 기능이 크게 약화돼 있었다.

이 반달곰의 사망 원인은 모성애(母性愛)에서 비롯된 영양실조로 판명됐다. 지난해 잦은 태풍 등으로 지리산 도토리 결실량이 예년보다 크게 감소해 먹이가 부족, 영양실조에 걸린데다 모성(母性) 본능에 따라 새끼 곰에게 부족한 먹이를 양보하다 보니 어미는 더욱 영양실조 상태가 악화됨으로써 생존 에너지가 고갈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진단이다.

부모의 희생적 자식 사랑, 불효로 보답해서야

본란이 어버이날을 말하면서 느닷없이 암컷 반달곰 사망을 떠올리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을 막론하고 모친의 모성애-범위를 넓히면 부모(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가없는 희생적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일제(日帝) 강점기와 6.25동란, 그리고 태산보다 더 높다는 보릿고개를 넘는 등 험난한 세파를 겪으면서도 ‘자식 잘 키우고 잘되기’에 올인 했던 우리 인생 7학년 이상 세대들은(물론 어미, 애비 노릇 못한 낙제인생도 없지 않지만) 늘 반달곰 이상으로 제 맘과 몸을 자식에게 먹이다시피 하며 한평생을 살아온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우리 세대들의 자화상은 어떤가. 아직도 가정의 중심적 위치에서 가장의 역할과 대우를 받고 있는 노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어버이들이 역할 상실과 핵가족 세태 속에서 ‘6번 인생’으로 전락했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가정에서 1번은 손자녀, 2번 며느리, 3번 아들, 4번 애완견, 5번 가정부, 6번 늙은이 라는 것이다. 이같은 자조적 비유가 지나친 면이 좀 있다 해도 오늘의 노인 처지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즘 우리 노년층은 새끼 까마귀가 어미 까마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효행을 자식들에게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 속 썩히지 않고 동기간에 우애 있게 살아주면 그것을 효라고 여기고 있다. 이런 부모를 학대하고 고독사(孤獨死) 하게하며 재산 때문에 부모를 폭행. 시해하는 등의 패륜을 저질러서는 하늘의 징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도처에서 그런 행패가 그치지 않고 있으니 어찌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