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생들을 감금했던 타임아웃방.

‘욕을 하면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이고,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독방에 수개월씩 감금하고….’

50년 동안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돌봐 '벽안의 어머니'로 불렸던 미국 여성 선교사가 운영해온 충북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수용 아동들에게 가혹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시설 아동들을 학대·감금한 혐의로 제천의 J 아동양육시설 시설장과 교사 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시설장 교체를 포함한 행정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 생활한 4~18세의 아동 52명이 오래전부터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원장은 직원에게 아동들을 나무와 플라스틱 막대로 체벌하도록 지시했고, 욕설을 하는 아동에게 생마늘과 매운 고추를 먹였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또 말을 듣지 않는 아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일종의 감금시설인 '타임 아웃방'(독방)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방은 짧게는 수시간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아이들이 머물렀다. 이곳에서는 화장실 출입이 제한됐고 일부 아동은 겁에 질려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이외에도 ‘어른들과의 언쟁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생활규정을 명시해 아동들을 통제했고, 외출과 TV시청도 제한했다. 온수공급도 원활치 않아 아동들은 한 겨울에도 찬물에 몸을 씻어야 했으며, 식사시간에 맞춰 귀가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다.

생활태도로 아동들을 3등급을 평가, 용돈을 차등해 주는가 하면, 남자 초등생활반에는 베개를 2년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5월 이 시설과 관련된 2건의 진정을 접수받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시설에서 가출한 아동들의 피해 진술과 생활교사들의 진술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그 내용이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직권조사를 벌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시설 관리 감독 지자체, 아동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포괄적인 조사를 벌여 이같은 학대·가혹행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10년 이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일부 확인하고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제천시에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아동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결과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권고 사항을 토대로 빠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인 선교사가 50여년 전 설립한 이 시설은 버림받은 영·유아들을 보살펴 오면서 지역에서는 ‘고아들의 보금자리’로 칭송을 받아왔다. 이 선교사는 1962년 제천에 정착해 반세기동안 이국땅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1234명의 ‘아들 딸’을 길러 냈다. ‘벽안의 어머니’로 불린 그는 지난달 23일 정년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