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자격 요건조차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지난 15일 이강희 한국교통대 교수를 제3대 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도는 10여일이 지난 29일 현재까지 이 교수를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가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서 근무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립교향악단 조례에는 예술감독 겸 지휘자는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상근'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이 교수와 같은 국립대 소속 교수가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근무하려면 대학으로부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교통대는 이날 보직교수 등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교수의 겸직을 허가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교통대의 한 관계자는 "충북도의 조례에 따라 상근직인 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맡으면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밖에서 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본직보다 겸직의 근무시간이 더 길고, 학생 수업도 차질이 우려돼 국가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겸직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도가 20여명이 응시할 정도로 예술계의 높은 관심을 끈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선발하면서 사전에 근무 조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이 심사한 꼴이 돼 졸속적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응시 원서를 접수하면서 교수들의 겸직 허가서 등도 받지 않았고, 기본적인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 교수가 휴직 등을 통해 근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맡기 위해 휴직을 하는 것도 인사규정에 어긋난다는 견해를 보여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도는 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재공모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도립대에 교수들이 겸직하는 곳이 있고, 응시자들이 당연히 근무 조건을 갖췄을 것으로 보고 심사했다"며 "휴직 등에 대한 교통대의 공식적인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