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World peace Through Law Conference)’는 각국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키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1964년 4월30일 대통령령 제1770호로 ‘법의 날에 관한 건’을 제정 공포, 5월1일을 ‘법의 날’로 정했다.

그 후 정부는 1973년3월30일 ‘교도관의 날’을 법의 날에 통합하는 한편, 성대한 행사를 치르는 노동절(메이데이)과 겹쳐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여론에 따라 2003년 법의 날을 5월1일에서 4월25일로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4월25일은 1895년 근대적 사법제도를 도입한 재판소 구성법 시행일이다.

법의 날은 주지하다시피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시키기 위한 날이다. 법조계의 가장 큰 행사라고 볼 수 있는 법의 날이 오늘로써 반세기(50회)의 연륜을 맞았다. 그간 정부와 권력층은 국민들에게 법의 존엄성을 알고 잘 지켜야 한다고 누누이 역설해 왔다. 그리고 법치국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법 지킴’의 현실은 어떤가. ‘웃물의 불법 탈법’은 만연하면서도 ‘아랫물의 범법’만 나무라는 꼴이다. 우선 법을 만드는 국회-국회의원들과 검찰·경찰 등 법집행기관의 탈법, 불법행태와 직무유기 자세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국회(국회의원)를 보자.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단죄되는 사례가 그치지 않고 있고, 불법으로 정치자금(사실은 뇌물)을 받았다 들통 나 철창신세를 지는 금배지가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국정과 민생을 위해 시급히 처리되어야 안건이 여야의 기 싸움으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예가 수두룩하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민들이 더욱 기막히게 생각하고 있는 범법, 비리행태는 정부의 장·차관 등 고위층의 비뚤어진 삶의 자세다. 국회청문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장관후보자들의 비리는 위장전입, 탈세, 병역 기피적 미필,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한국 장관 후보자에게는 그런 비리 전력이 필수과목화 하고 있는 인상이다. 그리고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 끝의 교도소행 등도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고 하겠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추상 같이 법을 집행하고 준법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검찰, 경찰의 일부가 되레 범법자가 되어 사법부로부터 단죄를 받고 있는 현상이다. 스폰서 검사·뇌물 검사·성 접대 검사 등이 출현하여 국민들의 공분을 샀으며 뇌물 경찰, 음주운전 사고 후 뺑소니 경찰 등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법원도 일부 판사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막말 행태가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준법태세 확립은 ‘윗물’부터 솔선수범해야

이러다 보니 선량한 민초들은 정부의 고위층과 법관, 검찰, 경찰 등이 “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계몽에 나서면 “너나 잘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법망은 큰 새(거물)한테는 무용지물이고, 모기나 파리만 잡는 요물이라고 비판 한다. 돈 있고 권력 가진 자에게는 관용하고 돈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한 유전권무죄(有錢權無罪) 무전권유죄(無錢權有罪)의 불공평이 아직도 가셔지지 않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같은 세태가 새 정부 들어 어느 정도 교정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법무부와 안전행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앞으로 사회지도층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법질서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공권력 스스로가 국민 신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동안 일부 검경의 비리. 낡은 관행 때문에 국민 신뢰를 잃은 부분은 과감한 공직기강 확립과 검찰을 포함한 사법개혁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통해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 범죄로부터 사회 안전 구현과 사회통합적 인권 보호체계 구축 등 7가지 업무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공직자의 금품수수관행, 공금횡령, 이권개입 등 구조적 비리를 집중 단속하고 사회 유력 인사들의 외압이나 청탁·알선명목 금품수수, 세무·금융 감독 수사무마 관련 금품수수 등도 중점 단속하기로 했다.

현 정부의 이러한 법집행 의지는 일단 기대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엄정하고 공평한 법 집행의 실천이다. 역대 정부 모두 공정한 법집행을 선언했지만 그 실천에서는 국민들의 현실적인 공감을 받기 어려웠다. 말은 있었으나 실천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역설하지만 정부는 물론 사회 고위층부터 법을 준수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의 흐려진 준법의식과 ‘떼법’ 행태도 마땅히 고쳐져야 하지만 법을 만들과 집행하는 기관과 그 구성원, 그리고 사회 강자들이 솔선하여 법을 지켜야 우리 사회는 밝고 화평해 질 수 있다.

최근 미국 미시간주 지방법원 법정에서, 누구든지 휴대전화 벨 소리를 울린 사람에게는 예외 없이 벌금을 물려오던 판사가 재판 중 자신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자 스스로에게 벌금을 선고한 사례는 법집행기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