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종윤 청원군수, 오송역세권개발 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이 2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오송역세권 개발사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민간자본 유치 실패로 벽에 부딪친 KTX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이 반(半)공영개발 방식으로 다시 추진된다.

이시종 지사와 이종윤 청원군수, 박상범 오송역세권주민대책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송역세권개발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오송 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공공과 민간개발사업 비용 분담률을 51대 49로 하고, 51%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민간부분 49%는 도가 책임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민간) 사업자 확정시한은 오는 12월 29일까지로 하고, 이때까지 확정하지 못하면 즉각 도시개발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충북개발공사는 다음 달부터 오송역세권 예정지에 대한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주민대표를 포함한 전문가, 관계기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도는 반 공영·반 민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3100억원대로 예상되는 사업자금 확보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우선 청주시와 청원군이 500억원의 현금·현물 출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종윤 청원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출자의사를 공식화했다.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은 지난 15일 자체감정액 124억원에 달하는 차이나타운(143만㎡) 터를 현물 출자하고 나머지 126억원은 내년과 2015년 각각 63억원씩 현금 출자하는 계획에 동의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한범덕 청주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시장은 공동 출자부문에 긍정적이지만 의결기관인 시의회가 신중한 태도를 보여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건설프로젝트인 청주테크노폴리스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역세권사업까지 발을 담그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9% 민자유치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공모에서 투자하겠다고 나선 업체들도 전혀 없었다. 도가 그동안 접촉해온 업체들도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 파산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선뜻 투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민간자본 유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업의 운명은 민자유자 성사 여부에 판가름이 달렸다.

도는 이날 발표를 통해 오는 12월 29일까지 민간자본을 유치하지 못하면 도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으나 어떤 형식으로 책임질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주민반발 등을 무마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도가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오송역세권사업이 무산되면 그동안 그려온 오송도시개발사업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시종 지사가 역세권사업 무산 책임론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기존에는 100% 민자사업이라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51% 공영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북도가 책임지고 민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