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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왕궁지의 傷痕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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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9  11: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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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 필자는 백제 고도 부여에서 궁궐지의 한 발굴 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다. 땅 속에서 드러난 유구는 한마디로 말이 아니었다. 깨진 토기 조각들이 열 지어 불탄 기둥의 잔해 사이에 즐비 했던 것이다. 금방 구어 낸듯한 백제 토기 파편들. 이 무참히 깨진 토기는 무엇을 얘기 해 주는 것일까.

백제의 멸망은 약1천4백년전 여름이었다. 당군과 신라의 13만 대군에 의해 백제 1만명의 수도 경비 병력이 무너지고 왕족들은 죽거나 웅진으로 피했다. 3천명의 궁녀들이 낙화암에서 꽃처럼 떨어졌다는 설화는 진실이든 거짓이든 당시 부여 최후의 비극을 말해 주는 것이다.

궁성은 불타고 백제 군사들은 도륙되었으며 궁인들이 쓰던 토기들은 모두 박살이 났다. 부여는 나당연합군에 유린 된 이후는 폐허로 남았던 모양이다. 한 기록을 보면 부여 시내에는 해골들이 뒹굴고 한동안 이를 수습해 주는 이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여가 나당연합군에게 점령당하고 많은 백제인들은 일본으로 혹은 고구려로 망명했다. 그런데 남은 잔병들이 백제 부흥을 꾀하는 전쟁을 시작한다. 이 운동은 3년간 지속되는 데 이를 복국운동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부흥이든 복국이든 백제유민들은 처절하게 나라 찾기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처음 이들은 부여 인근에 주둔하고 수도를 공격한다. 나당 연합군은 이들의 기세에 눌려 한 때는 정복했던 성들을 모두 백제 유민들에게 빼앗겼다. 예산, 홍성, 연기, 청양, 회덕, 유성등지의 고성이 신라와 가장 치열한 전쟁을 수행하던 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예산 임존성이 제일 강성했으며 지금의 대전 유성인 내사지(內斯只)성에서는 백제 수 천 부흥군병이 전멸당하는 처절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수도 사비는 아시아 제일의 아름다운 도성이었다고 한다. 백마강 큰 물줄기를 해자로 삼아 부소산을 등지고 남향한 도시였으니 그 경치가 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에게는 선망의 도시요 세상에 태어나 구다라에 가는 것이 가장 염원이었다고 한다. 백제 것이 아니면 최고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

부여는 어떻게 조영 된 도시였을까. 그동안 학계의 발굴 조사로 추정해보면 그야말로 바둑판 같이 짜여 진 근대적 개념의 도시였다는 것이다. 궁성지에서 남쪽 궁남지에 달하는 남북 연결의 주작대로가 있고 이 도로를 좌우로 도시계획이 짜여 진 것이다. 바둑 판 같은 도시에는 많은 관아와 사찰등 기와집 건물들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궁원은 아름답고 건축들은 정연하고 장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부여 왕도는 어디로 숨은 것일까.

최근 부여읍 관북리 90번지 궁정건물 발굴사업이 언론에 공개 돼 주목을 끌었다. 대규모 치수시설인 암거, 남북대로를 가로막고 설치된 건물지와 대지를 조성한 성토층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 건물지에서는 또 낙수받이용 집와(集瓦) 시설과 기와가 채워진 배수시설 기단 등이 함께 발굴 됐다.

천 수 백년 만에 다시 드러난 백제 왕도의 비극적 잔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나라는 힘이 없으면 망하고 망한 수도는 철저하게 파괴된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비극이고 한이며 민족의 씻을 수 없는 상흔으로 남는다. 백제가 신라나 당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하여 망하지 않았다면 지금 한국의 운명과 동아시아의 역사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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