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이란 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만은 못하지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난 10일 박덕흠 의원의 당선 무효형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보고 ‘꿩 대신 닭’ 판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9차례에 걸친 공판때마다 박 의원이 건넨 돈의 성격과 운전기사 박씨가 선거운동을 했는지를 놓고 날선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박씨는 운전만했지, 선거운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청주지검은 지난 1일 박 의원에게  “피고인은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운전기사에게 은밀히 선거운동을 시킨 뒤 금품을 제공했고,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징역 2년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박 의원이 운전기사 박모씨에게 선거 홍보용 사진 촬영, 유권자에게 제공할 케이크 운반, 선거운동원 식사비 정산, 상대후보 선거운동 동향 파악 등을 시킨 뒤 5000만원씩 총 1억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핵심 사항인 운전기사 박씨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기부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 했다. 기부행위도 운전기사에게 건넨 1억원 중 8400만원만 문제 삼은 것이다. 1600만원은 4개월동안 노동의 대가로 보고 기부행위 액수에 제외시켰다. 이 판결대로라면 박덕흠의원은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한 표를 사기 위해 8400만원을 주고 매수한 셈이다.

박덕흠 의원과 변호인측은 운전기사 박씨에게 건넨 1억원은 17년간 일한 퇴직위로금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회사 계좌를 통해 2차례에 걸쳐 송금했다는 것이다. 운전기사에게 준 돈은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법원 판례에도 운전기사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측은 거액의 퇴직위로금 지급 사례로 박 의원이 문제가 된 운전기사 이외 장기근속한 회사 운전기사에게 1억3천6백만원을 지급했고 김영주 의원도 운전기사에게 1억원을 준 것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선거법상 ‘기부행위’는 명분이 없이 받은 돈은 문제가 되지만, 정당한 대가로 받은 돈은 기부행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변호인 측은 장기간 근속한 운전기사에게 건넨 돈은 퇴직위로금이므로 ‘기부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11 총선 당시 박덕흠 후보 운전기사와 상대후보 이재한 운전기사 간에 오간 녹취록에 의존한 재판이다. 양쪽 운전기사가 선거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 발생한 사건이다.

녹취록은 유력한 증거능력이 있는 경우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지 독자적으로 결과를 좌우하는 증거는 아닌 것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녹음한 내용을 옮긴 녹취록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발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2011.9.14)

하지만 박 의원은 녹취록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아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에 변호인측 주장은 외면하고 검찰측 손을 들어줬다. 박의원은 이날 항소 후 고법에서 결백을 주장하겠다고 했다. 최종심에서 원심이 유지되면 박 의원의 당선은 취소된다. 이제 항소심에서는 운전기사 박씨의 선거운동보다는 기부행위부분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부러진 화살’처럼 억울한 재판되지 않길

이 재판을 보면서 2007년 1월  실화를 소재로 법원을 통렬하게 비판해 지난해 연초 흥행 몰이를 해 사법부를 긴장시켰던 영화 ‘부러진 화살’이 생각난다. 실제 주인공 박 훈 변호사는 며칠 전 재판에서 겪은 일에 대해 판사의 ‘자판기 재판’을 꼬집으며 “사법부의 개혁은 백년하청”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법원 판결은 정의에 합치해야 한다. 미국에서 연방대법관을 뜻하는 ‘Justis’는 정의를 뜻한다. 독일어로 법률을 ‘Recht’라고 한다. 이 단어는 정의라는 말도 된다.이 사건이 ‘부러진 화살’처럼 억울한 재판이 되지 않기 기대해 본다. 2심에서 ‘기부행위’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