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과중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내 사회복지공무원의 일부를 지사 공관으로 초청, 간담회를 갖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3월21일 사회복지업무 담당 공무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업무 추진상의 고충을 파악, 가능한 해소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쉽게도 충북도에는 그런 움직임이 아직 없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들에 대한 특단의 관심 표명은 경기, 제주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차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3월26일 120여 명의 청주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대표, 사회복지행정연구회 임원 8명과 간담회를 갖고 사회복지공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책 등을 모색했다.

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가. 사회복지분야 업무담당 공무원들이나 각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어려움이 벌써부터 알려지고 있었는데도 그간 그 해결책에 미온적이던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가 요즘은 웬일인가. 그것은 사회복지공무원 3명의 자살 사건에서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됐지만, 금년 1월31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의 한 병원에서 용인시청 사회복지 공무원(29)이 투신자살 했다. 2월26일에는 성남시청 공무원(32)이 자살한데 이어 3월19일에는 울산 중구 모 주민센터 사회복지공무원(35)이 승용차 안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업무가 이들을 타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의 자살 공통 이유는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밝혀지고 있다. 주민의 사회복지를 위해 일하다 공무원 자신의 삶의 복지가 망가져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들을 떠나보낸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여기고 있다.

그러면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과중은 어느 정도인가. 여기서 그 사정을 전부 열거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단적인 예를 보면, 전국 3천474개 읍·면·동 주민센터의 81.7%가 사회복지업무 담당 공무원이 1~2명뿐이다. 이들이 처리하는 업무는 기초노령 연금, 장애인 도우미, 보육비 접수, 방역, 환경, 보훈업무, 교육비 접수 등이어서 근무시간 외 저녁 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일을 처리해도 늘 업무에 몰리고 있다. 주민센터의 일반행정직은 일손이 남아도는 경우가 있어도 사회복지직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찾아 가는 복지’는 고사하고 ‘찾아오는 복지’ 처리도 힘겹다.

자살한 울산 사회복지공무원이 혼자 담당했던 업무는 기초노령연금 1천119명, 장애인복지 37가구, 일반장애인 1천39명, 장애연금84가구, 한 부모가정64가구, 양육수당 447건, 일반보육료517가구, 유아학비보조 385가구 등 이었다. 여기에다 다른 사회복지직 직원 1명과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총 2천405가구 4천127명을 담당했다. 이러다 보니 매일 퇴근은 밤 11시 이후였고 주말에도 출근, 근무해야 했다. 결국 그는 일에 눌려 공무원 생활 2개월5일 만에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사회복지직 증원과 처우, 근무환경 개선 시급하다

업무량의 다소에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과중은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사회복지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인원 증원과 처우 개선 등을 목마르게 요구하고 있으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어 획기적인 정책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우선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전국 지방직 공무원 35만 명의 6.6%에 불과한 복지직을 대폭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정원 총량제에 복지직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2011년부터 4년 동안 복지직 4400명을 신규 임용하고 2600명의 행정직을 복지직으로 전환하는 중인데, 새 정부 보건복지부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현재 2만3천600명인 복지공무원을 2014년 말까지 2만7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일선 복지업무의 일손 부족 해소가 기대난이다.

복지직 증원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선 공무원의 업무영역 재조정이다. 주민복지센터 등의 복지업무 가운데 보육료 신청 접수, 소득, 재산 조사 등과 같이 사회복지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일반 행정적 업무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 분담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일손을 덜어 주어야 한다. 업무 분장 시 ‘복지’라는 키워드만 있으면 무조건 복지직 공무원에게 일을 몰아주는 현행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

이와 함께 행정 일선에서 사회복지업무를 관리하는 복지직 사무관(5급) 공무원이 없는 현상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성이 결여된 행정직 사무관이 5급 이하 복지직 공무원의 업무를 지휘 감독함으로써 빚어지는 복지업무 처리상의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

충청북도사회복지협의회, 충청북도사회복지사협회, 충청북도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이달 들어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선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이(중략)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업무와 민원인에 의한 폭행, 폭언 등 안전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주장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사들의 구체적인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수립,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의 사회복지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시회복지 일꾼들의 처우와 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외치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