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의 적법성을 놓고 또다시 법정 싸움을 펼치게 됐다.

청주에서 26개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운영하는 7개 유통업체가 지난달 27일 청주시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청주시가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행정처분을 처음 내린 이후 벌써 3번째다.

대형마트 측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청주시는 법적인 절차를 모두 거쳤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청주시 2차례 소송서 '완패' = 지난해 1월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청주시가 처음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같은 해 4월 10일이었다.

시는 관련 조례 공포 당일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는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맞서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7월 6일 이런 행정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사흘 뒤에는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청주지법 행정부는 열흘만인 지난해 7월 16일 심리를 거쳐 유통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규제 당사자의 의견을 '상당한 기간' 수렴한 뒤 행정처분을 내렸어야 했는데 행정 처분 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집행정지 결정 후 본안 소송이 시작돼야 했지만, 이 결정을 끝으로 소송은 마무리됐다.

시의회가 법원 결정 직후인 7월 17일 임시회를 열어 이런 문제점 보완을 위한 조례를 개정했고, 시는 개정 조례를 이틀만인 같은 달 19일 공포한 뒤 20일 행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행정절차법상 조례 공포 후 '상당한 기간'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시는 이때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결국 개정 조례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대해 또다시 대형 유통업체들이 반발했다. 유통업체들은 같은 달 23일 청주시를 상대로 2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법 행정부는 1주일 뒤인 8월 1일 대형 유통업체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결국 '상당한 기간'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탓에 청주시는 업체로부터 두 번의 소송을 당했고 모두 패소했다.

◇"행정절차 지켰다"…청주시 자신감 = 두 번의 소송에서 완패한 청주시는 3번째 영업 규제에 나서면서 허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시의회가 지난해 10월 23일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 제한 및 조정 조례'를 가결하자 청주시는 유통업생생발전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SSM의 영업 규제 의견을 수렴했다.

또 지난해 12월 영업 규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행정예고를 한데 이어 올해 1월 3일까지 의견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청주시는 지난 1월 15일 시내 26개의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규제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두 차례의 영업규제 처분에 맞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조례 문구와 시행 절차를 문제 삼았던 것을 교훈으로 삼은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난달 27일 "이번 행정처분 역시 절차나 취지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청주시는 이번에는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다.

이번 처분은 법원에서 매번 지적했던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등 완벽을 기했다는 판단에서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의 영업 규제는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일부 절차상 소홀했던 점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승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례 개정에서 행정처분까지 모든 절차에서 꼬투리 잡힐 일이 없었고, 대형 유통업체를 상생발전협의회에 참여시켜 충분한 의견도 수렴한 만큼 대형마트들이 지난해 두 차례 소송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의견 수렴 불충분'도 이번에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