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gentleman)이란 용어는 영국의 향토 기사 ‘젠틀리(Gently)’에서 비롯 됐다고 한다. 영국을 점령한 바이킹족 출신 기사들은 본래 성질이 급하고 난폭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들은 사소한 일에도 결투를 벌이고 이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바이킹족은 프랑스의 우아한 예절교육을 도입하여 모범적인 기사도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젠틀리’였다.

영국의 젠틀리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나 행동은 어떤 것이었을까. 영국 귀족을 소재로 한 고전 영화에 많이 출연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배우 휴그랜트의 매너가 연상 된다. 우선 세련된 태도와 예의범절 공중도덕이 있어야 한다. 또 어느 누가 농담을 걸어도 상대의 말에 감탄하는 제스처 까지 보이는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직성과 엄격한 자기관리를 요구했다.

그러면 동양의 역사에는 젠틀리들이 없었을까. 고대 기록을 보면 중국에도‘신사(紳士)’라는 표현을 쓴 기록이 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紳士’라고 하여 지방 관리의 자문역이 있었다. 그런데 이 신사들이 간혹 관원을 지배하고 향민을 괴롭히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조선사회에서는 덕망 있는 고위관리가 직을 버리고 낙향하면 ‘사신(士紳)’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신사를 거꾸로 한 표현이다. 또 ‘향신(鄕紳)’ 혹은 ‘진신(縉紳)’이라고도 했다. 지방 수령이 부임하면 인사차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바로 이 ‘사신’이었다. 임기동안 고을을 다스리는데 지도를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거물급 사신은 지방 수령의 멘토가 되기도 했으나 때로는 감시자였으며 압력 세력이 되기도 했다.

명기 황진이를 ‘젠틀맨십’으로 감동 시킨 화담 서경덕, 영남 거유 퇴계 이황, 화양동에 은거하여 노론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했던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런 호칭을 받았다. 우암에게는 특별히 성인의 위치에 해당하는 ‘송자(宋子)’라는 칭호가 붙여지기도 했다. 이들 선학들은 모두 군자(君子)의 격으로 후학들의 사표가 되었으며 사후에 서원에 배향되기도 했다. 조선의 사신 즉 젠틀맨은 군자의 덕목과 행동을 지녀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 군자란 무엇이며 공자는 군자를 어떻게 정의를 했을까.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질문했다. "군자란 무엇입니까?" "경(敬)을 바탕으로 수신(修身)하는 사람이다." "그렇게만 하면 다 됩니까?" "스스로 수신한 다음 남을 편안케 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다 됩니까?" 공자는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았다. "스스로 수신한 다음 모든 백성을 편안케 해야 한다“ 이 문답을 보면 ‘군자의 도’가 바로 영국신사가 갖춰야 할 예절이나 인격을 얘기해주는 것 같다.

이를 감안 하면 조선은 세계 최고의 젠틀맨 나라였던 셈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수신(修身)을 통해 자신이 싫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않았다. 남을 업신여기거나 비하하는 것을 금기했다. 공순하고 예의가 있었으며 함부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자는 스스로 백성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하고 고통(苦痛) 받는 백성에게 자비심을 나타내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다. 이 보다 더 훌륭한 젠틀맨들이 있었을까.

강남 스타일로 국제가수가 된 싸이가 신곡 ‘젠틀맨’을 발표, 특유의 코믹함으로 세계인들에게 또다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싸이의 신곡은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포함한 전 세계 119개국에 동시 발표됐다.

싸이는 지난 토요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해프닝' 콘서트를 열고 5만 명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 공연은 유트브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기도 했다. 싸이는 공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동포들도 젠틀맨을 같이 즐기기를 희망했다고 했다.

연일 호전성을 드러내며 서울을 불구덩이로 만들겠다고 망언을 서슴지 않는 북한. 김정은도 ‘젠틀맨’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진정 젠틀한 정치지도자는 ‘백성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하는 군자’여야 함을 자각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