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제9장 경제 파트(119조2항, 122조·123조2항)에서 균형발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간 숨 가쁘게 일궈온 한국경제성장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빈부 격차와 지역간 불균형 발전 심화 등에 대한 국가의 성찰과 그 시정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국가의 최고 법규범인 헌법으로 담보하고 있다 하겠다.

그래서 늦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민주화 문제가 정책적 과제로 떠올랐다. 국회도 지난 9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등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공통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법’ 일부를 의결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세종시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3년 업무계획’를 통해 지역균형발전 및 환경과 조화되는 국토관리 실천을 위해 지방 중추도시권(10+ɑ)을 육성, 그 성과를 주변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당일 충남도에서는 충남지역 균형발전상 획기적인 행사가 개최됐다. 그간 대전 시내에서 청사를 보유해 왔던 충남도는 이날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충남도청 신청사에서 개청식을 갖고 21세기 환황해권 시대의 힘찬 출발을 다짐한 것이다.

충남도는 2006년 2월 도청 이전 예정지역을 결정하고, 2009년 6월 도청 신청사 공사를 시작, 2012년 12월 준공한 후 연말까지 실과를 이전했었다. ‘행복 충남 새로운 100년을 여는 날’을 슬로건으로 내건 개청식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분권과 균형은 국민 고른 행복을 위해서도,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말하고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라면 내포신도시는 충남 균형발전의 상징”이라고 강조하면서 “충남은 21세기 새로운 중심축이 될 내포신도시에서 대한민국의 견인차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처럼 최근 충북 이웃 세종시와 충남도에서는 중앙부서와 도청 이전 등으로 지역균형발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변화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충북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경북에서도 도청 이전 작업이 한창이다. 2010~2017년을 사업기간으로 잡은 경북도청 신청사는 2조 5천억 원을 들여 안동시 풍천면(안동시청에서 21.5km)과 예천군 호명면(예천군청에서 10.2km) 일원에 10.96k㎡(안동6.34, 예천4.62) 규모로 지어진다.

경북도가 도청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행정관할 구역과 불일치한 경북도청을 경북 북부권으로 이전함으로써 지역의 균형발전과 행정기능·문화·산업 및 정주환경 등이 갖추어진 자족도시를 육성하자는 포부가 300백만 경북 도민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경북도는 이 사업을 경상도700년, 경북의 새천년 도읍 시대를 여는 역사적 사업으로 자부하고 있다.

충북도청 이전, 충남·경북 귀감 삼아야

그러면 충북은 도청 이전의 필요성이 없는가. 충북도청 이전 거론은 금기(禁忌) 사항인가.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82에 자라잡고 있는 충북도청을 옮기는 문제는 벌써부터 찬반이 엇갈려 왔다. 도지사나 그 후보 간에, 또는 도의원이나 충북 북부권과 중부권 인사 간에 주장이 대립, 본격적인 공론화가 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1995년 6월 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의 충북도청 이전에 관한 의견은 찬성, 반대, 유보로 갈렸다. 무소속의 윤석조·조남성 후보는 “일제 잔재인 도청을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면서 “청주 도심 발전 저해 요소인 도청을 옮기고 그곳을 도민 휴식처로 제공하면서 주차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 장소로 윤 후보는 청원군 내수나 오창을, 조 후보는 무심천변을 꼽았다.

그러나 도청 이전을 반대한 민자당의 김덕영 후보는 “국유지가 대부분인 도청 부지를 매각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존 시설에 대한 활용대책도 없이 무조건 옮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주병덕 후보도 “충북의 경제 여건상 막대한 이전 비용을 갖고 도청 이전 사업보다 도민에게 이익을 주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며 이전을 반대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이용희 후보는 “청주시가 광역시로 승격한 이후 도청 이전을 검토해볼 사안”이라며 유보 입장을 보였고, 무소속 양성연 후보는 “당장 옮길 대상은 아니나 만약 도청을 옮긴다면 청원군 북일면과 증평 사이가 적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지사를 지낸 김덕영·주병덕 후보는 도청 이전을 반대했고, 정우택 전 지사와 현 이시종 지사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이시종 지사는 지난 3월 10일 열렸던 314회 도의회에서 도청 이전을 주장하는 이수완 (민주통합당. 진천) 의원의 질의에 대해 “통합 청주시의 광역시 승격(이 지사는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에 따른 도청 이전 문제는 검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도청 이전보다는 통합 청주시의 조기 정착을 지원하고 도내 모든 시·군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도록 균형발전 실현을 위해 도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통합 청주시의 광역시 승격 문제와 관계없이 충북도청을 이전할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고 도청을 이전해야 한다는 충주 등 북부권 및 남부권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통합 청주시의 인구가 머지않아 100만 명에 육박, 충북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고, 공공기관·경제 및 산업체·사회·교육·금융·문화기능 등의 청주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됨으로써 충북 도내 지역 간 불균형 발전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겠다. 따라서 도청 이전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일 수밖에 없다.
충북도 등이 지역균형발전 시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낙후 지역 등이 도청 이전으로 입게 되는 직·간접의 발전 효과에 비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물론 도청 이전 문제는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강한 반대 의견도 있고 막대한 이전 재원문제도 난제이며 단시일 내에 해치울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특히 청주권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선 도지사의 처지에서는 도청을 청주권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나섰다가 겪게 되는 표 상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충남도와 경북도의 예에 보듯이 도청 이전 문제는 반대 의견을 설득하면서 적어도 6~7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일부 지역민의 반대나 선출직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충북발전백년대계를 위한 도청 이전 사업이 수면 하에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비상한 결단이 없으면 지역 불균형발전 현상은 결코 고쳐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충북 도청 이전문제는 지금부터 논의, 준비를 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