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뇌졸중이 사인이라는데 머물던 호텔의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한다. 복 중에 제일이라는 고종명을 누린 분이다.

우리가 소망하는 다섯 가지 복(五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다. 오랫동안 장수하며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신체가 강건하며 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하는 일을 이룬 후에 편히 죽는 것을 이른다.

그러고 보니 대처야말로 오복을 고루 누리다 떠난 특별한 여인이란 생각이 든다. 87세의 천수를 누렸고 부유한 남편을 만나 최상의 외조를 받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총리 퇴임 2년 후 대처 전 총리의 개인 재산이 950만 파운드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돈으로 164억 원에 달하는 대단한 재산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최고의 삶일 텐데 11년간 재임한 최장수 총리로서 경제침체와 대규모 파업에 허덕이던 영국을 강한 리더십으로 되살린 뛰어난 정치지도자였으니 더 욕심 낼 것이 없는 생애였다.

대처를 유일하게 괴롭힌 것은 천방지축인 아들 ‘마크’였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연루되어 천문학적인 벌금형을 받았고, 미국 정부로부터는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기도 한 마크의 개망나니 행적으로 인해 대처는 늘 좌불안석이었다.

이 애물단지 아들이 1980년 2월,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인 파리, 다카르 랠리에 참가했다가 실종되어 엿새 만에 간신히 구조된 일이 있었는데, 남자보다 더 남성적인 철의 여인도 아들의 실종 소식에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자존심 강한 그녀는 아들이 구출된 뒤 "내 아들 구출에 소요된 비용은 내가 내겠다.”고 했다. 납세자들에게 자신의 개인적 필요로 인해 한 푼의 세금도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다른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는 대처의 어록 중 가장 대표적인 말이다. 작은 정부와 자유 시장을 옹호하며 반대 세력에게 외쳤던 ‘타협은 없다’란 이 발언으로 인해 그녀는 There is no alternative의 약자인 ‘티나(Tina)’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철의 여인의 이미지에 맞춘 듯 어울리는 티나(Tina)란 별명 때문에 자칫 고집불통의 꽉 막힌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재치 있는 유머로 촌철살인의 모범을 간간히 과시했다.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적 평가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을 못 미더워하며 ‘여자가 수상을 잘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정의 문제를 다루어 본 여자는 한 나라를 너끈히 운영할 수 있다”며 포문을 연 그녀는 특히 무능한 남성 정치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곤 했다.

“홰를 치며 요란하게 우는 건 수탉이지만 실제 알을 낳는 건 암탉입니다(The cocks may crow, but it's the hen that lays the egg)" 600여명의 지도자들이 모인 한 만찬장을 평정한 유명한 조크다. 비슷한 어록으로 “남자는 입으로 일을 하지만 여자는 행동으로 보여 준다” 등이 있다.

20세기 정치사에 위대한 자취를 남긴 대처의 사망에 전 세계가 애도의 표하고 있지만 그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뛰어난 리더십과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영국병을 치유한 위인이며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라는 찬사가 있는가 하면 공공지출 삭감, 세금 인하, 공기업 민영화, 노동조합 규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대처리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영국병을 고쳤다는 대처리즘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는 비판자 중의 한사람인 영화감독 켄 로치 감독은 철도, 가스, 광산 등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한 대처의 행적을 상기시키며 “그녀의 장례식을 민영화해서 가장 싸게 입찰하자”는 비아냥을 날렸다.

마가렛 대처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해도 그녀가 20세기 정치사에 찍은 족적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별한 여인 Tina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