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3년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세종시를 찾았다. 본인이 원안고수를 놓고 정치적 운명을 걸었던 곳이다.

박 대통령의 세종시 방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ㆍ환경부 업무보고에 맞춰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18대 국회의원이자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원안을 고수해 정치적 격랑기를 맞았다.

당시 현직 대통령과 대결이 펼쳐지자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왔고,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의 '여여갈등'이 10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됐고,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되는 자산을 얻었다.

이날 청사 도착 직후 공무원들의 박수 속에 업무보고장에 입장한 박 대통령은 감회가 새로운 듯 첫 마디부터 세종시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의 상징인 세종시에서 국토부와 환경부의 첫 업무보고를 받게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전국 어디에서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건 노력하면 보람을 거둘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세종시를 비롯해 각 지방 도시들이 실질적인 지역균형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과거와 같이 일률적인 개발이나 시혜적인 정부의 보조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실현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 지방의 도시들이 각자의 특성과 자생력을 극대화해서 성장거점으로 발전하고 그 성과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그렇게 지방의 활력이 모여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고 국가발전이 또 다시 지방 발전의 동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교통과 교육, 주거 등 세종시의 인프라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대책마련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아직 여러 가지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생활하기에 힘든 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종시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해서 모든 부처가 힘을 합해 교통과 교육을 비롯한 제반 인프라를 하루 속히 갖춰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3년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종청사에서 오찬을 한 뒤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의 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민주통합당 소속이자 대표적 '친노(친노무현)' 정치인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개청식 참석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대통합 차원에서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청사 헬기장에 직접 나와 박 대통령을 영접했으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지난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에게 큰 박수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기념사에서 '박 대통령'을 3차례 언급했다. 행사장에는 정진석 국회사무총장, 김을동 성완종 김태흠 홍문표 등 새누리당 의원뿐만 아니라 추미애 신기남 임수경 전병헌 등 민주당 의원도 대거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서해안을 안고 있는 충남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정부는 충남을 대한민국 성장동력 핵심지역이자 물류 중심으로 육성하겠다. 항만과 내륙의 연결 교통망을 구축해 대중국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는 일은 정부와 충남도가 함께 이뤄가야 하는 미래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차질없이 추진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거점을 구축하고 창조과학을 기반으로 새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충남의 새로운 도약을 꼭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세종시 및 충남도청 신청사 방문에 대해 "첫 지방방문이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민생과 관련된 본격적 광폭행보를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또 국회를 존중하는 여러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