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장애인스포츠센터 건립을 둘러싸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지사 공약사업이라 마음 바쁜 도와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생색'조차 낼 수 없는 시가 서로 다른 주판알을 튕기는데만 몰두하면서 시설 활용도나 앞으로 운영 계획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방선거 목전…다급해진 충북도

충북도는 최근 장애인단체의 주장을 수용, 애초 계획했던 장애인 스포츠센터 내 수영장 건립을 백지화하는 대신 다목적체육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청주시에 제안했다.

도는 설계 변경만 하면 이미 확보한 예산으로도 이 스포츠센터에 짓기로 한 다목적체육관을 모든 실내경기가 가능한 핸드볼경기장 크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논리는 사실상 장애인단체가 청주시에 요구해왔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장애인단체는 이 스포츠센터에 갖추기로 한 수영장 규격(레인 25ｍ)이 공인 규격(레인 50ｍ)에 못 미치게 추진되는 점을 들어 차라리 수영장 건립을 미루고 대신 다목적체육관 규모를 확대할 것을 줄기차게 시에 요구해왔다.

장애인 수영장은 앞으로 충북에서 전국체전이 개최될 때 지원되는 국비를 활용, 국제 공인을 받을 수 있는 규모로 제대로 짓자는 것이다.

청주시가 이런 요구 수용에 부정적인 가운데 충북도가 장애인단체의 손을 들어주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채근하는 이유는 이 사업이 이시종 지사의 공약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임기 내 센터 완공을 원하는 충북도로서는 양측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 달가울 리 없다.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는 더욱 조바심을 내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인 규격 미달의 수영장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시가 합리적으로 판단,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주'만 넘어야 하는 청주시 '떨떠름'

청주시는 지사 공약사업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맡게 됐으나 '생색'도 낼 수 없는 상황에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시는 비록 장애인 체육시설이지만 일반인에게도 개방, 활용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 이용객이 많은 수영장을 빼기 어렵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로, 이 스포츠센터의 진입로 공사비 부족액 10억원조차 보조해주지 않는 도에 대한 일종의 '시위'로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청주시 입장에서는 '잘해야 본전'인 사업인데도 생색만 요란하게 낼 뿐 지원에는 인색한 충북도에 대해 '뿔'이 났다는 얘기다.

앞서 장애인단체의 시설 확장 요구에 예산 전액을 도가 부담해주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틴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시설 변경에 관한 도의 제안을 검토해보겠지만 수영장을 백지화하면 반대 의견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시설 적정성 판단, 뒷전으로 밀려

도와 시의 신경전 속에 앞으로 스포츠센터 운영의 효용성이나 적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린 형국이다.

장애인 스포츠센터를 건립하더라도 매년 쏟아부어야 할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수영장은 연간 10억원 안팎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지 인근에 이미 3곳의 수영장이 있는 것까지 고려하면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시가 수영장을 애써 고집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체육인들은 입을 모은다.

장애인단체를 앞세워 사업의 조기 착수에만 집착하는 도 역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록 사업 주체는 시라 하더라도 도지사 공약사업인 만큼 부족 예산 지원에 나서는 등 도가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인 청주시의원은 "애초에 지사 공약사업을 시가 떠맡아 추진하면서 예견된 부작용"이라며 "어느 한 기관(청주시)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청주시는 이시종 지사의 공약에 따라 상당구 사천동 밀레니엄타운 내에 160억원(국비 36억원·도비 62억원·시비 62억)을 들여 수영장(길이 25m·6레인), 다목적체육관, 론볼장 등을 갖춘 장애인 스포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