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프리마켓에 버금가는 청주 '수암골 솜씨'가 곧 찾아옵니다"

청주의 대표적 달동네인 수암골이 새 옷을 입는다.

그간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쌓았다면, 이제부터는 예술·문화의 공간인 '수암골 솜씨'를 조성해 문화의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60㎡ 남짓한 옛 배지공장을 리모델링해 수암골의 특색이 담긴 액세서리와 도자기 등 공예품을 전시·판매할 예정이다.

예술인 이광진(55)씨는 "청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60년대 생활양식과 삶의 방식 등을 엿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옛 건물구조는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내부 인테리어만 손 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예술인들이 수암골에 입주하면서 한층 고조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이미 6명의 예술인들이 공방을 꾸렸다.

첫 번째 입주자인 김만수(42) 도자기 공예가는 "예술인들이 대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수암골에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대중과의 자연스러운 접촉이 가능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곳에 공방을 차린 만큼 그는 수암골을 상징하는 토우를 제작할 예정이다.

"각박한 삶을 이겨낸 수암골 주민들이 늘 웃고 지낸다는 의미에서 일명 '호호맨' 토우를 굽고 있습니다. 수암골 주민들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거든요. 안동의 '하회탈'처럼 수암골을 상징하는 공예품이 될 겁니다"

금속공예가 정차연(40·여)씨는 이미 공방을 열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금속공예 액세서리가 마치 홍대 프리마켓처럼 전시돼 있고, 아담한 작업장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예수업이 열린다.

정 씨는 "대중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데다 상대적으로 임대료도 저렴해 이곳을 선택했다"며 "주말이면 수십 명의 관람객들이 수암골을 구경하면서 공방에도 들러 구경하고 간다"고 전했다.

주민들도 수암골이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수암골은 벽화 외에 마땅히 보고 즐길거리가 없어 '반짝 관광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여정(56) 수암골 통장은 "주변에 카페거리가 조성되면서 수암골 고유의 특색이 사라질까 우려했는데 예술의 거리를 통해 수암골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남은 과제는 입주한 예술인들과 주민들 간 구심점을 형성해 '홍대 프리마켓'처럼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