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의 잇단 외유성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충북 시·군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단이 동남아 대표 휴양지로 '연수'를 떠나기로 해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26일 청주시의회 등 도내 12개 시·군의회에 따르면 각 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참여하는 충북 시·군 의장단협의회는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4박5일간 필리핀 마닐라와 보라카이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예정이다.

연수 인원은 현안 해결과 일신상의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진천·괴산군의회 의장과 부의장, 충주·옥천 의장을 제외한 의장단이 18명이며 이를 수행할 의회 관계자 10명 등 모두 28명이다.

이들이 밝힌 연수 목적은 마닐라의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점검, 전통시장 살리기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상관관계를, 그것도 지역 여건이 전혀 다른 해외에서 찾겠다는 발상 자체가 '억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관광 인프라 개발을 위해 동남아 대표 휴양지인 보라카이를 포함,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겠다는 나머지 일정 역시 공감을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보라카이 섬 일주관광, 세일링보트 탑승, 조랑말 트래킹, 황제 진주 마사지 등 이들의 주요 '연수 일정'은 일반 여행상품과 거의 일치했다.

실제 이들은 이번 연수 일정을 여행사에 모두 맡긴 뒤 지난 25일 충주에서 열린 정기회에서야 브리핑을 받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수에 지출되는 비용 문제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1인당 140만원, 총 3천900여만원의 연수 비용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지출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의 의원들 비용은 의장단협의회 운영비에서, 사무국 직원들의 몫은 지자체가 각각 부담한다.

의장단협의회 운영 예산은 지자체 지원 예산(매년 시·군별 400만 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회의 때마다 의회나 의원들이 회비 일부를 보태는 정도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외 관광지를 둘러보겠다는 것은 대놓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의정비가 아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발상을 스스럼없이 하는 의원들의 자질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A의장은 "협의회에서 2년마다 정례적으로 가는 것"이라며 "지역의 대표 현안 중 하나인 관광활성화 및 인프라 개발을 위해 대표 관광도시를 둘러보려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시·군간 소통의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연수를 통해 의장단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단합을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