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전기사에게 금품을 건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에 대한8차 공판에서 운전기사와 수행비서의 역할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일 오후 3시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19대 총선 때 선거운동의 대가로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과 돈을 받은 운전기사 P(56)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박 의원이 건넨 돈의 성격과 운전기사 P씨를 선거 수행원으로 볼 것인지, 단순 운전기사로 볼 것인지에 대해 검찰과 박 의원 변호인 측은 한치의 양보없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날 공판에서는 검찰은 민주통합당 변재일 의원(청원)의 전 수행기사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먼저 증인 신문에 나선 검찰은 변재일 국회의원 운전기사였던 A씨를 상대로 국회의원 후보자 운전기사로서의 선거운동 당시 역할, 퇴직금 외 금품 수령 여부 등을 따지며 공소사실 입증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A씨에게 "국회의원 운전기사로 일하며 선거기간 사진촬영과 일정관리, 선거운동원과의 연락 등의 일을 하지 않았냐"고 질문했고 A씨는 "운전은 기본으로 했고 선거운동도 했다"고 답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반대 신문에 나선 박 의원 변호인측은 A씨의 신분이나 지위가 국회의원을 수행하면서 엄연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국회직 공무원임'을 강조하며 검찰을 몰아붙였다.

박 의원 변호인측은 A씨에게 "사진촬영과 일정관리 등의 일을 한 것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국회직 공무원이자 비서로서의 지위가 있어 당연히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캐물었지만 A씨는 즉답을 피했다.

또 "공무원인 A씨의 보수가 박 의원의 운전기사처럼 개인적으로 고용된 사람과 다르지 않느냐"며 A씨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어 ‘퇴직금도 국가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피고인들간에 오간 퇴직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선 박 의원의 전 수행비서는 ‘총선 기간 수행은 모두 내가 담당했고, 운전기사에게 그 역할을 맡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인인 골프장 관계자도 피고인 측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박 의원이 골프장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것과 관련, 검찰은 선거와 관련된 자금 세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왔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전부터 박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단체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격려금을 주기 위해 반복해 왔던 행동이라고 반박해 왔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증인은 ‘박 의원에게 직접 현금을 건네주고 격려금을 지급할 때도 함께 이동했다’고 말했다.

결국 여덟번째 공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의 양보 없는 공방이 이어져 향후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박 의원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 223호 법정에서 열린다. 다음달 12일쯤 선고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19대 총선 직후인 지난해 6월18일과 7월3일 계좌를 통해 자신의 운전기사 박씨에게 5천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의원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선거운동 대가로 1억원을 제공한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매수와 이해유도 위반에 해당한다는 견해다.

반면 박 의원측은 검찰의 기소 요지와 달리 운전기사 박씨에게 건넨 1억원은 선거와 전혀 상관없는 순수한 퇴직 위로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