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각수 괴산군수가 20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담지구에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을 위한 중규모의 저수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임 군수가 사담지구 다목적 농촌용수개발 계획 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재추진되고 있는 문장대온천과 관련해 충북도민의 결집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작 저지 활동을 주도해야 할 시민단체들이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임각수 괴산군수는 온천개발에 맞서 댐을 건설하겠다고 했다가 환경단체가 반발하자 저수지라고 말을 바꾸는 등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온천개발 저지라는 총론에서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충북도내 기관·단체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갈등 조짐…주도권 다툼? = 청주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범도민대책위원회준비위원회와 충주지역의 환경단체가 일종의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르게살기운동 충북도협회, 충북도새마을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청주시에 본부를 둔 9개 단체는 범도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비위원회(위원장 박연수)는 도내 3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시·군 의회까지 참여하는 '매머드'급으로 범도민대책위를 꾸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충주에 사무실을 둔 충북환경운동연대는 대책위 구성 계획을 비판했다. 이 단체의 박일선 대표는 "청주권이 저지 운동에 동참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온천 개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충주시·괴산군과는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범도민대책위를 꾸리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런 계획에 맞서 오는 26일 충주에서 '문장대 온천 저지를 위한 범도민운동 확산 및 도민운동기구' 구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연수 범도민대책위 준비위원장은 "박 대표의 제안을 듣지 못했고 이 회의에 참석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음 주 중 괴산과 충주를 방문, 범도민대책위 구성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범도민대책위를 중심으로 뭉치면 다행이겠지만 단일 네트워크 구성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괴산군민 대책위원회나 충북환경운동연대와 선을 긋고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임각수 괴산군수 "댐 아닌 저수지 건설" = 청주와 충주의 환경단체들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임각수 괴산군수의 댐건설 발언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 군수는 지난 19일 청천면에서 열린 군민 궐기대회에서 "(문장대온천 개발 저지) 비상수단으로 (개발 예정지 바로 아래인) 청천면 사담리에 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임 군수의 발언에 대해 시민·환경단체들은 "온천 개발 허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임 군수를 비난했다.

충북환경운동연대 박 대표는 "1990년대부터 지금껏 온천 개발을 두 차례나 백지화시켰는데 임 군수의 발언은 상주시의 문장대 온천 개발을 이번에는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문장대 온천 개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주충북환경연동연합도 임 군수의 댐 건설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정한 뒤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생태계의 보고인 사담리에 환경파괴의 상징인 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온천을 개발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댐 건설이 온천 개발 저지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북도민의 결집력을 떨어뜨리고, 온천 개발 세력을 돕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임 군수는 20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댐이 아닌 저수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섰으나 저수지 조성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청천면 신월천 일대를 농업특화단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댐 건설로 수몰 피해를 보게 될 상류 지역의 상주시를 고려, 저수지 건설을 자제했으나 문장대 온천 개발로 인한 환경피해가 뻔한 상황에서 우리 나름의 자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