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시 70대 피살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20일 실시된 가운데 피의자 J씨(41·여)가 사건현장에서 범행 후 문을 닫고 나오는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충북 청주 아파트 70대 할머니 살해 사건 피의자가 45일 만에 검거된 가운데 경찰 내부의 볼썽사나운 공적 다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장을 비롯한 강력팀과 충북지방경찰청 광역과학수사대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현장에서 수거·확보한 증거물의 분석 결과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놔 용의자 특정에 혼선을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는 육안으로 봤을 때 애완동물의 것으로 보이는 4∼5㎝ 크기의 배설물이 발견됐다. 이를 근거로 흥덕서 형사과장을 비롯해 강력팀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주민이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여기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후 경찰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근 주민 2명을 유력 용의자로 분류했으나 DNA 분석 결과 '동물이 아닌 사람의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 소견과 관련해 수사 지휘라인에서는 '배설물에 피해자 혈흔이 묻어 DNA분석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재분석을 요청한 뒤 해당 주민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주 '동물의 배설물이 아니다'라는 최종 분석 결과가 통보되면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흥덕서 강력팀에서 애완동물 소유자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한 반면 과학수사대에서는 수차례 현장감식을 진행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할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요원들이 4차 정밀 감식을 실시, 의외의 장소에서 용의자의 지문조각을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지문검출 뒤 수사는 활기를 되찾았고 사흘 만인 16일 보험설계사인 J씨(41·여)가 용의자로 검거됐다. 장기화로 치닫던 이 사건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됐지만 경찰 분위기는 오히려 냉각됐다.
　
사건의 해결로 생긴 '공'을 서로 챙기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흥덕서는 집요한 탐문과 자료분석으로 이 사건을 해결했다고 자평하고 있고, 과학수사대는 수차례에 걸친 현장 감식을 통해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치적 홍보를 하던 중간 관리자들은 급기야 '수사 공조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등 서로의 공을 깎아 내리는 모양새다.
　
두 조직의 중간관리자가 상호 비방에 가까운 공적 다툼을 이어가자 사건 해결을 위해 힘들게 뛰었던 강력팀 형사들의 사기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경찰 본연의 업무보다는 공적 쌓기에 급급한 중간관리자들의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끼리 격려는 못할 망정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습을 시민이 알면 경찰을 믿을 수 있겠냐”며 “부서간·직원간 경쟁을 부추기는 조직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