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4·24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가 19일 이번 재보선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의 첫 걸음이 될 지 주목된다.

서병수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2차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 사무총장은 “정치쇄신의 의미가 있고 대선에서 한 약속(정당공천제 폐지)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최고위원회의에 올려서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기초단체장은 경기도 가평군수와 경남 함양군수 2곳이며, 기초의원은 서울 서대문마, 경기 고양시마, 경남 양산시다 등 3곳이다.

서 사무총장은 또 이날 공심위 2차회의에서도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 결정을 밝히면서 “여야 모두 대선 전에 국민을 향해 약속한 사항으로 민주당에도 (무공천을) 제안하고 촉구할 것”이라며 “법 개정이 돼야 하는 문제이니 법을 공동으로 같이 제안해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이 자발적으로 기초단체장 등에 대해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 폐지’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상납하는 행위가 빈번한 것을 지적하며 기초단체장·기초의회 의원의 공천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새누리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무공천 결정을 한 것도 ‘대선 공약 이행’ 차원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 국한된 새누리당의 ‘무공천’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약속했던 ‘정당공천 폐지’로 이어지기 위해선 현행 선거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의원 등이 지난해 9월 11일 공동 발의된 상태다.

다만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여야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 사무총장이 이날 민주당에도 이번 재보선의 ‘무공천’을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선거법 개정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 기간동안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한 바 있으며 공식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지난 1월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공직추천권(공천권)에 대한 논의를 벌인 끝에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는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4·24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으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이슈로 부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여야 정치권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