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언 특급' 박찬호 강원대 특강

"만루 홈런에 지고 있더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공 하나는 마음먹은대로 던지고야 말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게 도전이에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통산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투수 박찬호(38ㆍ전 오릭스)가 15일 오전 강원대학교 실사구시관에서 '우리의 젊음, 꿈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대학생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초청강연을 펼쳤다.

강단에 선 그는 자신의 꿈을 지켜준 것이 고등학생 시절 용돈을 탈탈 털어서 산 '다저스의 야구점퍼'와 '도전정신'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1년, 미국 LA에서 한-미-일 고교 대표팀이 만나는 '굳윌 게임'에 참가했다 거대한 다저스 스타디움과 수많은 관중, 멋진 유니폼을 입은 다저스 선수들을 보고 미국 진출의 꿈을 품었다는 박찬호.

박찬호는 "형제들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겨우 긁어모아 들고간 용돈을 탈탈 털어서 결국 다저스 점퍼를 사야만 했다"며 "야구를 하면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 점퍼를 입으면 그런 생각을 떨쳐내고 메이저리그에 선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17일 만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는 등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쓰라린 좌절감을 맛본 박찬호는 "트리플A팀도 아니고 더블A팀으로 강등될 때 깊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강등의 좌절감과 두려움, 인종차별,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수백 번씩 미국 생활을 포기할까 했지만 차츰 마음을 고쳐먹고 순간순간 도전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며 "지금 이 순간, 이 공, 나 자신에 도전하면 경기에서 져도 배울 수가 있고,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내년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마운드에 서게 된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그는 1999년 이전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하려면 무조건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도록 명시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내년에 한국에서 뛸 수 없었다.

그러나 연고구단인 한화와 팬들이 KBO에 특별 혜택을 요구했고, 이사회와 각 구단 사장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건 없이 박찬호의 한화 입단을 허용하기로 한 이른바 '박찬호 특별법' 덕분에 길이 트였다.

그는 "수많은 견제가 있어 시련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성장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내년을 준비하는 지금 굉장히 설레고 자신감에 벅차 있다"고 말하며 한국선수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단 내년 한 시즌만 목표로 뛸 생각이라는 의사도 밝혔다.

'코리안 특급'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이제 다시 한국 마운드에 서는 박찬호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접어두고 뛸 때는 뛰는 일에만, 던질 때는 던지는 일에만 집중하며 도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에 다가서 있을 것"이라는 조언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