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배우다. 박평호란 어려운 이름 대신 쓰게 됐다는 시후라는 매끄러운 예명이 썩 어울리는 이 남자는 연이어 대박을 터뜨린 인기 드라마 덕에 이미 최고의 훈남으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여성 팬을 몰고 다니던 박시후는 드디어 전 국민이 모두 주목하는 국민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십여 일 전, 그가 스스로 연출한 성 스캔들 탓이다.

인터넷은 연일 이어진 박시후앓이로 정신줄을 놓은 상태다. 급기야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달 18일부터 최근까지의 사건관련 내용이 시간 순으로 정리된 '박시후닷컴'까지 등장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 약물검사 결과 등의 수사내용을 비롯한 모든 논란거리가 미주알고주알 일목요연하다.

‘박시후닷컴’은 개설되자마자 사이트의 접속자가 폭주,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시후닷컴의 인기몰이에 자극을 받아 박시후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열었다는 ‘박진요’란 이름의 카페까지 등장했다. 가수 타블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가 이제 흐지부지된 ‘타진요’카페의 패러디 냄새가 난다.

‘타진요’와 ‘박진요’의 차별성은 ‘박진요’가 안티목적으로 개설된 카페가 아니라고 밝힌 점이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카페라는데, 박시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연예인 지망생인 A양의 신상과 정보들이 지나치리만큼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다. ‘박진요’보다 ‘A진요’ 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했어야 맞지 않을까 혼란이 온다,

박시후 스캔들을 건조하게 들여다보면 처녀와 총각이 어울려 어쩌다 하루 밤을 보낸 소위 원나잇스텐드다. 두 남녀가 모두 성인이므로 남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두 사람을 손가락질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같이 밤을 보낸 여자가 남자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는 점이 문제다. 여자가 남자와 전혀 동침할 의사가 없었는데 완력에 의해 도리 없이 일이 벌어졌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행위가 아닌가. 더구나 여자 측의 주장대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추행을 했고 제 3의 남자까지 추행에 동참을 했다면 두말이 필요 없는 추하고 극악한 범죄가 된다.

이겨도 만신창이가 될 텐데

그들의 행위가 스리섬이었다는 포르노성 기사를 보게 된다. 버젓이 각종 매체에 올라있지만 스리섬(threesome)을 운동용어만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실 스리섬은 골프의 경기방법 중 하나다. 한 사람이 두 사람과 겨루게 되는데 양 팀이 모두 볼을 하나씩 사용하며 두 사람 쪽은 볼 한 개를 가지고 서로 번갈아 친다.

그러나 이상성애자들의 스리섬은 세 남녀의 혼음을 의미한다.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섹스가 아닌 즐기기 위한 섹스를 추구하는 복 받은 인간들이 제 복을 깨는 줄 모르고 생각해 낸 기괴한 놀이다. 최근엔 스리섬 놀이에 빠진 중년 여성이 이웃집 두 남성을 유혹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분기탱천하여 칼을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바다건너 양놈들이 저질렀다.

박시후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성폭행에 대한 진실보다 박시후의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낸 또 다른 남자의 행적이다. 박씨와 A양의 만남을 주선한 그가 두 남녀를 데려다준 후 귀가하지 않고 박시후의 숙소에서 밤을 보낸 행동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양측 모두가 피해자라 주장하고 있지만 분명히 가책을 느끼고 있는 더 잘못한 쪽이 있을 것이다. 세 사람 중 가장 딱한 처지가 박시후임은 확실하다. 무죄로 밝혀진다 해도 이미 망신살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어찌 추스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