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2004년)는 유명한 헐리웃 영화다. 지구 온난화로 북반구에 거대한 태풍이 발생한다. 그리고 큰 항구 도시들이 해일로 물에 잠기고 얼어붙으면서 모든 생물이 전멸하는 빙하기를 이룬다.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 지구의 참담한 재앙을 상상한 것으로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경고해 주고 있다.

이 보다 몇 년 전에 상영된 쥴리아로버츠 주연의 ‘예린 브로코비치’는 잔잔한 영화였다. 법률회사의 30대 여직원이 발암물질을 배출한 거대 재벌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을 소재로 삼았다. 한 여인의 용감하고 집요함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에 비교 될 만큼 통쾌함을 보여줬다.

예린은 어느 날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 서류에서 놀라운 의료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천연가스 압축공장인 PG&E에서 크롬 성분을 유출, 수질을 오염시켜 마을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마을주민들의 서명을 받아내 기업을 상대로 엄청난 소송에 착수했다. 4년 투쟁 끝에 예린은 대 기업이 발암물질을 불법 배출하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예린은 법원으로부터 미국 법정사상 최고액인 3억 330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아내고 만다.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시절. 청주공단내의 모 피혁회사는 대표적 공해업체였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우뚝 버티고 있었다. 악취로 사람들이 공장 주변을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였으나 단속되지 않았다. 행정당국도 눈감고 언론도 그러려니 했다. 참으로 이상한 풍경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성 출신이 사장으로 재직하여 감독관청의 입김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공장 근로자들이 병들어 죽어나가도 어디다 호소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한테 편지 한 장이 우편으로 배달됐다. 한 대학생이 보낸 눈물겨운 편지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피혁회사에 근무했는데 의문의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으며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를 안 해주어 대학도 중도포기하고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주위의 외압에도 불구 특별취재반을 구성,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연일 사회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하였으며 이 특종 기사는 충북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회사를 비호하고 있던 정보기관이나 행정당국도 어쩔 수 없이 고발조치를 하게 된다. 해당회사는 결국 수억원을 들여 집진시설과 폐수 정화시설을 하였으며 대학생은 복학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당시 이 기사를 스쿠프한 기자는 전 충청일보 모기자였다. 이 팩트는 ‘한국판 예린 브로코비치’로 현재 영화화가 기획되고 있다.

영화 ‘예린..’이나 과거 청주공단 피혁회사 사례를 떠올리는 환경오염 배출 사례가 지금도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하루 2천톤 이상 폐수를 배출하는 3백여개 업체의 특정수질유해물질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중 대기업을 포함한 절반이 넘는 업체가 허가 받지 않은 물질을 배출하거나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했다고 한다. 업체 절반 이상이 페놀, 벤젠 등 유독물질이 든 폐수를 무단으로 하천에 버린 셈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충격

또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는 올해 들어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사결과 어이없게도 시설이 노후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폐수처리용 저장탱크 연결부위가 노후 되어 빚어졌다는 해명이다. 올 1/4분기만 해도 8조 이상의 순이익을 벌었다는 부자 거대 기업이 가장 중요한 시설을 개선하지 않고 노후 상태로 사용했다니 한심하기만 하다.

환경오염을 막는 일은 이제 새 정부의 긴박한 현안이다. 박 대통령도 최근 잇따라 발생한 유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관계 장관에게 대책수립을 지시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해에 시들어가고 있으며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관계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경제논리에 우선하여 봐 주는 식의 자세로는 환경오염을 막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투머로우’, 영화 같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기 전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의 악순환은 꼭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