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끊이지 않는' 충북도 국가정보통신망사업
'장비교체 횡포' 2009년에도 '입찰' 무력화

전국 시·도에서 사례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난 충북도의 국가정보통신망사업 제안서·장비교체를 요구한 '횡포'가 2009년에도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중부매일 한인섭 김정미기자가 보도했다.

충북도는 당시에도 기술평가위원회가 선정한 사업자 제안서와 장비가 "호환이 안된다"며 변경을 요구하는 등 두차례에 걸쳐 제안공모 입찰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부담으로 장비를 설치한 후 사용료를 받는 방식의 2차 국가정보통신망 사업비는 53억원(연간 17억9천만원) 이었다.

중부매일 취재팀 확인 결과 충북도는 2009년 9월 2010년~2012년까지 3년간 제2차 국가정보통신망을 운영할 업체 선정 절차를 추진해 KT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KT는 당시 프랑스 알카텔루슨트사 제품을 네트워크 분야 장비로, 국산 우리넷을 전송장비로, 퓨처시스템 등 4개사 장비를 보안장비로 제안했으나, 부분별로 최고 95%에 해당하는 장비를 교체할 것을 요구해 관철했다.

이에 따라 이 사업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네트워크 장비는 알카텔루슨트사 제품 160식(대)중 95%인 152식(대)를 미국산 시스코 장비로 변경됐다. 또 전송장비와 보안장비도 상당부분 변경했다. 당시에는 SK 네트웍스가 경합을 벌여 기술평가위원회에서 고득점한 KT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제2차 충북도 국가정보통신망 사업 기술평가위원회(외부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는 당시에도 알카텔루슨트사 제품을 선정했으나, SK 네트웍스가 제안한 시스코 장비로 변경했다.

KT는 당시 하도급사를 A사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다 장비변경 요구와 독점적 유통망을 가진 업체만 제출 가능한 기술지원확약서 요구 등으로 SK 하도급자로 참여했던 B사(네트워크 부문)로 변경했다. B사는 충북도에 대한 시스코 장비 유통 독점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업체로 당초 SK와 시스코 장비를 제안했다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의 두차례에 걸친 제안서·장비변경 요구로 B사는 2차 사업에서는 재하도급사로 참여한데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제3차 사업에서도 KT의 하도급사 변경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B사는 3차 사업에 LG유플러스와 시스코 장비를 제안했다 탈락했으나, 하도급 사업자가 됐다.

제3차 사업 KT 하도급사 였던 A사는 장비변경 요구로 시스코 장비 유통 독점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는 B사와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돼 병행수입(해외 직수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장비 설치과정에서 도가 '하자가 있다"며 불허하자 법원에 공사방해중지가처분 사건을 신청했다.

결국 도는 제2,3차 사업 모두 기술평가위원회가 선정한 알카텔루슨트 장비를 시스코 장비로 교체하는 방안을 관철했다. 이에 따라 두차례 모두 KT 하도급사까지 변경됐다.

그러나 본보 보도에 이어 충북도가 자체 파악한 결과 제안서·장비변경 요구는 전국 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했던 것으로 확인돼 '횡포 또는 억지'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비변경 요구 명분으로 내세운 '장비 호환성' 역시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밝혀졌다.

2차에 이어 3차사업하도급사가 된 B사는 이에 대해 "장비 선택 등은 발주기관에 대한 마케팅 능력, 장비 성능, 담당공무원들의 편의성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동안 문제없이 관리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과도한 가격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A사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B사는 또 "독점적 유통구조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경쟁사 장비를 제안했던 업체에게 물품과 기술지원확약서를 발급하는 게 쉬은 일이겠냐"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가처분 사건이 진행중이고, 행정기관, 관련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난처하다"고 밝히고 "현재로서는 사안별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2차 사업은 담당자들이 변경돼 정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고, 3차 사업의 적정성은 자체 감사와 가처분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여자라 승진 탈락' 농협 과장급 인사 논란
청주·청원시군지부 진급시험 1위 배제
"험한 일 많다" 이유로 2등 남성 발령

농협의 과장급 인사를 놓고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충북일보 김동민기자가 보도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취임한 상황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난 1월 20일 전국적으로 4급 승진시험을 치렀다. 전국 시험이지만, 실제 승진자는 시·군 단위로 정원이 결정된다.

당시 농협 청주청원 시군지부는 승진 대상을 1명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임용시험에서 1등을 해야 한 승진이 될 수 있는 어려운 시험이었다.

시험 결과, A농협의 한 여성 직원이 1등을 차지했다. 이어 2등에는 B농협 소속 남자 직원이었다.

그러나, 승진자는 1등이 아닌 2등으로 결정됐다. 2등을 하고도 승진한 남성 직원은 지난 1일자로 4급 과장급으로 발령이 났다.

1등을 제치고 2등 직원을 승진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시군지부 산하 11개 조합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인사업무협의회다. 인사업무협의회에서는 "회원조합 업무는 험한 일이 많아서 여성이 처리하기 힘들다"며 1등을 차지한 여직원을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인사업무협의회에 간사 자격으로 참여한 시군지부 농정지원단 역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조합장 주도의 인사업무협의회가 직원 인사에 대해 전횡을 일삼고 있는데도 시군지부는 '꿀먹은 벙어리'로 일관한 것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승진시험에서 1등을 하고도 승진에서 탈락하자 시군지부를 대상으로 거칠게 항의했던 A농협도 최근에는 자포자기하는 형국이다.

승진에서 탈락한 직원은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제2·제3의 불이익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2등 직원의 승진이 필요했다면 1등을 차지한 여성 직원까지 함께 승진시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적으로 치러진 승진시험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건이 될 만큼, 아주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의 한 직원은 "임용과 자격은 다르다. 자격을 갖추고도 승진하지 못한 직원이 수두룩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용시험 1등을 배제하고 자격자 중에서 1명을 승진시킨 이번 인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 청주청원 시군지부 관계자는 "승진대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인사업무협의회에 3배수를 추천할 수 있다"며 "1등을 차지한 직원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이번 인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운보문화재단 무용지물로 전락
7명의 이사 활동 전무… 수년째 파행
문화계 “재단 중심 운보 재조명 필요”

운보문화재단이 2009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운보의 집’의 정상화 등을 위해 충북지역예술인을 새 이사장으로 승인 받았으나 4년이 다되도록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고 충청매일 김민정기자가 보도했다.

지난달 18일 ‘운보 탄신 100주년’을 맞았지만 운보문화재단, 운보미술관 등 충북도내 그 어느 곳에도 탄신 100주년을 기리는 문구는 물론 운보의 발자취와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념 행사를 발견할 수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낸 가운데,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술적 삶에 대한 재조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일각에서는 친일 예술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운보의 위대한 예술세계를 기리기에는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운보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운보문화재단은 미술관 운영과 장학사업을 통해 운보 선생의 뜻을 기리기위해 2001년 3월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운보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운보 관련 자료 수집, 보존, 학술조사 등을 운영하고 한국 미술계를 이끌고 나갈 유능한 인재 발굴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장학 사업을 동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운보 사후 예술을 꽃피웠던 아름다운 ‘운보의 집’이 오랜 시간 파행 운영되면서 운보문화재단 또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간 파행 운영을 거듭하던 운보의 집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김동연 청주예총 회장 등 7명을 운보문화재단 새 이사진으로 승인하면서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으나 H씨의 거래은행이 채권자 자격으로 경매를 신청하면서 경매자인 K씨가 새 소유자가 됐다. 현재 ‘운보의 집’은 조각공원과 안채, 미술관을 소유하고 있는 운보문화재단과 주차장과 공방, 연못 등을 소유하고 있는 K씨로 소유권이 크게 나눠지며, K씨가 소유하고 있는 공간 중 일부 조경수와 조경석이 아직까지도 H씨의 소유로 남겨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운보의 아들 김완씨가 모든 재산 상속과 재단 운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운보문화재단을 넘겨받은 백철부 전 이사장이 후원회장으로 끌어들인 황인연씨가 운보문화재단 공익자산인 안채와 건물 등을 불법공사해 훼손시키고 아직까지도 점거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 문화계는 운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충북 문화계 인사이고, 경매 낙찰인이 충북인으로 알려지면서 정상화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얽히고 설킨 소유권 문제와 금전문제로 정상 운영이 묘연한 시점이다.

이에 문화계는 “김동연 전 청주예총 회장이 지역 예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운보의집 정상화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이사장을 맡은 후에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타지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진 구성부터 실망을 줬다”며 “이사장으로 재직한지 4년이 다돼가고 있는데도 운보의 집을 위해 활동한 사항이 없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는 “운보를 연구하고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보문화재단이 당연히 제 역할을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예 손을 놓고 있으니 문제”라며 “지난 1월 23일 작고 12주년을 맞아 열렸던 추모식에도 재단 이사들은 물론 아들의 친구라고 생색을 냈던 이사장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동연 운보문화재단 이사장은 “3월 중 이사회를 통해 기념전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보는 자신의 예술적 모태가 된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1980년대 초부터 20년동안 공들여 어머니 고향인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일대 4만여평에 예술공간 ‘운보의 집’을 조성하고 충북과 인연을 맺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예술혼이 어우러진 운보의 집은 미술에 대한 심미안을 키울 뿐만 아니라 휴식공간을 겸하는 유명 관광지로 발돋움 해 전국 각지의 관광객을 끌어 모았고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의 유명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운보가 2001년 세상을 떠나고 이곳을 공동 관리하던 (주)운보와 사람들, 운보문화재단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5년 주차장과 운보 공방, 갤러리, 안채 앞 잔디밭 등 2만6천여㎡의 소유권이 경매를 통해 제3자인 H씨에게 넘어갔다.

H씨는 운보 작품의 저작권을 갖고 있던 운보문화재단과 콘텐츠 및 라이선스 사업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2006년 6월 자기 소유인 주차장 출입을 막는 ‘금줄’을 설치했고 이때부터 관람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파행이 시작됐다.

충북의 소중한 문화자산인 운보의 집이 더 이상 이해관계에 얽혀 제 모습을 잃어가지 않도록 운보문화재단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