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인접한 시·군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갈등 해소를 위한 상설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북 괴산군과 경북 상주시가 속리산 일대 온천 개발사업을 놓고 수십 년째 맞서고 있다.

속리산 일대 95만6천㎡를 온천으로 개발하려는 화북면 지주조합과 온천이 개발되면 남한강의 젖줄인 달천이 오염돼 식수원으로 쓸 수 없다고 우려하는 괴산군 청천면 주민들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상주시 화북면 일대 520만여㎡가 온천지구로 지정된 것이 1985년이니 신경전이 28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두 차례나 대법원에서 패소한 화북면 지주조합이 온천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괴산 주민들은 이를 저지하겠다며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등 해묵은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접한 경북과 충북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소백산'이라는 지명을 놓고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시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바꾼다는 조례안을 마련한 것이 불씨가 됐다.

단양군은 "소백산이 특정 지역의 소유물일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도 "지자체 조례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이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의결했다.

그러나 영주시는 중앙분쟁조정위 의결 후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해 7월 9일 대법원에 '직무이행 명령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다. 영주시는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헌법재판소까지 가겠다는 방침이어서 '소백산면' 명칭을 둘러싼 다툼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내 지자체들 사이에도 지명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 있는 '충주호' 명칭을 둘러싼 이들 시군의 다툼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충주댐이 건설된 후 10년이 지난 1995년 제천시는 충주호의 명칭을 '청풍호'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일대의 남한강을 '청풍강'이라고 불렀던 데다 청풍명월의 이미지를 함축한 명칭을 써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충주시는 "충주호가 공식 명칭"이라며 요지부동이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충주호, 청풍호 명칭 논란 탓인지 관광객들이 호수 명칭을 헷갈릴 정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중부고속도로 나들목 명칭을 둘러싸고 청원군 오창읍과 증평군 주민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오창읍 이장협의회는 오창읍 여천리에 있는 나들목을 증평IC로 부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토해양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북오창IC'로 바꿔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맞서 증평군 이장연합회와 증평발전포럼은 "우리 지역을 알리는 랜드마크인 증평IC 명칭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오창읍 이장협의회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만간 국토해양부 앞에서 조속한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인접 지자체들이 상생도모는 외면한 채 이해관계에만 얽혀 얼굴을 붉히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갈등 조정을 통해 소모적인 갈등을 해결해주는 상설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