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은 청주토박로 지역사랑이 남다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보다 청주시 먼 장래에 관심이 더 많다. 청주읍성 복원, 남석교 발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 찾기 등에 적극적이다. 서울대동양사학과 출신다운 행정을 펴고 있다. 나기정 전 시장에 이어 ‘문화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취임 후 ‘녹색수도’ 청주시를 표방하고 있다. 목표는 2020년까지 나무 1000만 그루를 심어 청주를 숲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시정 방향은 현재보다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한 시장은 청주시장 재임기간 동안 청주시 밑그림을 그리는데 정열을 쏟았다. 지금 당장 욕을 먹더라도 청주의 먼 미래를 위해 일을 해온 것이다. 일단 총론에서 맞는 방향이다.

청주시 전용차로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명분은 녹색수도'에 걸맞게 '녹색교통'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교통난 해소는 물론 도로기능을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거세다. 도로 주변 여건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왕복 6차선으로 도로 중앙에 버스승차장을 만들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간도 너무 짧고 정류장 수도 많다. 청주는 노인과 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특성도 있다. 도로 한복판에서 버스를 타는 일은 위험하다. 자가용을 억제해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킨다는 전략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와 시내버스업계,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원들의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청주시는 사직로 중앙버스전용차로(사직분수대~복대사거리 구간 3.8㎞)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른 예산 30억3천800만원도 확보했다. 오는 6월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9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한 뒤 10월부터 3개월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청주시는 버스전용차로제에 앞서 지난해 연초만해도 노면전차(트랩)건설을 추진하려고 했다. 도로상에 부설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전동차다. 유럽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1키로에 250억원이 드는 막대한 건설비가 걸림돌이다. 재원 조달도 문제지만 인근 상인과 버스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실 전용차로제 도입은 ‘꿩 대신 닭’인 셈이다. 노면전차 시행이 어렵자 차선책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한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버스전용차로제'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심판을 받기 위해 '빅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한 시장의 평가는 혹독

지금 한 시장의 평가는 혹독하다. 취임 4년이 되었지만 시민들 반응은 달갑지 않다. 우선 남상우 전 시장과 비교해 손해 볼 때가 많다. 남 시장은 ‘전국에서 눈 잘 치우는 시장’으로 알려질 정도로 현장위주의 행정을 펼쳤다.

하지만 한 시장은 건강상 이유도 있겠지만 ‘발로 뛰는 시장’이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기강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시민과 소통도 문제다. 그래서 시민들이 시정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청주·청원 통합 공과도 이종윤 군수에게 더 점수를 주고 있다.

한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성공하려면 우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이지만 실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기초의원들만 폐지하고 단체장들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이미 출사표를 던진 이종윤 청원군수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내 여론은 녹록치만 않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청주시 후보들이 자의반타의반 거론되고 있다.

한 시장은 청주서 초중고를 나온 서울대 행정고시 출신이다. 청와대 근무에 행정자치부 차관을 지냈다. 지금 거론되는 통합청주시장 후보 중에서 스펙이 가장 화려하다. 83만 통합청주시장으로 능력이나 경험에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직시 '버스전용차로제'와 ‘청계천 복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사업 모두 취임초부터 시작해 2년여 준비 끝에 마무리 했다. 당시 버스전용차로제와 청계천 복원도 인근 상인들과 시민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소신을 갖고 밀어부쳐 성공한 것이다. 2007년 뉴욕타임지는 청계천복원과 버스전용차로제 도입 등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경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청주버스전용차로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핫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한 시장도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버스전용차로제 도입을 성공리에 마쳐 청주시장 재선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