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동물이나 곤충들은 자기보다 체구가 크고 힘센 상대를 만나면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쳐 대항함으로써 생존을 유지한다. 벌떼가 꿀을 채취하기 위해 자기들 집을 따가려는 사람을 맹렬히 공격하고, 몸길이가 25~35㎝에 불과한 미어캣이 독사를 만나면 무리를 지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 상대를 되레 잡아먹는다.

‘약한 자는 뭉쳐야 산다.’ 이것은 생태계 생존의 법칙이다. 인간 세계도 그렇고, 지방자치단체나 나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힘센 자들의 위협 속에서, 또는 강한 자들과의 경쟁에서 생존을 유지하려면 작은 힘은 모으고, 구성원들은 철통같이 뭉쳐 외부에 대항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존재 의의를 구현하면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충북은 어떤가. 도세(道勢)로 보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강원도, 제주도와 함께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충북은 단합된 힘을 발휘하고 있는가. 충북도가 ‘생명과 태양의 땅’이란 기치 아래 십수조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각 분야에서 일정한 행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계와 도민들이 응집된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가.

그런 물음에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행정당국자들은 아니라고 할 지 모르나 많은 도민들이 ‘파편화된 충북’을 심정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 지역 정치인들은 저들만의 권익 탐닉에 몰두한 인상이고, 생활전선에서 고투하고 있는 서민들과 업적주의에 매몰된 정치. 행정권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 조사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대상이 정치인으로 나타났듯이 충북에서도 정치권은 제 밥값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민들을 응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은 고사하고 반목과 불화를 조장하고 있으며, 범법 심판과 도덕적 비난의 과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공동운명체인 충북의 새누리당은 청주 상당, 충주, 제천·단양, 보은·옥천·영동, 진천·음성·괴산·증평 등 5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냈지만 도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우택(청주 상당) 윤진식(충주) 박덕흠(보은옥천영동) 등 세 의원이 송사(訟事)에 휘말려 제 역할을 강력히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충북도당 마저 도민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이다.

그렇다고 이 지역에서는 여당격인 충북의 민주당이 제구실을 하고 있느냐 하면 “아니올시다!”라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패한 충북의 민주당은 오제세(청주 흥덕갑) 노영민(청주 흥덕을) 변재일(청원) 등 3명의 국회의원이 존재하나 목소리가 현저히 작아졌고, 국회의장직을 노렸던 홍재형 전 의원은 총선 패배로 곧 퇴장의 길로 들어설 전망이다.

충북의 민주당 도당도 미약하기는 새누리당과 ‘도진개진’이라는 세평이다. 다만 충북 민주당의 경우 이시종 충북지사와 한범덕 청주 시장, 이종윤 청원 군수 등이 일부분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행정책임자여서 정치적 활동에는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의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위민정치활동이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충북도민 똘똘 뭉쳐 외부 방해세력에 대처해야

이같은 상황에서 충북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사사건건 대립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충북의 권익을 관철해 낼 수 있는 단합된 정치력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능한 충북출신 인사가 중앙정부의 각료급에 중용되기는 지난사(至難事)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내정자 17명 중 현오석 기획재정부장관(청주)·윤성규 환경부 장관(충주) 내정자 등 2명이 충북출신이라고 하나, 이 지역에서의 성장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현오석 기재부 내정자를 진정한 충북출신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석연치 않다 하겠다. 청문회를 앞두고 숱하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 사항도 우려스럽다.

충북이 도세가 취약한데다 단합된 힘을 내지 못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충북도민을 분노케 하는 외부의 시도가 끊이질 않는다. 지방자치, 지역균형발전에 비교적 비우호적인 일부 중앙언론과 특정 중앙부처, 거대 시도 등이 충북의 당연한 발전 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려는 획책이 지난 날 수시로 자행되어 도민들에게 상처를 주어왔다.

KTX 세종역 신설 (보도) 문제도 결과적으로 충북을 낮잡아 보는 일부의 횡포로 볼 수 있다. 일부 언론이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국정이 이양되는 시점에서, 느닷없이 “국토부가 2011년 고시했던 ‘제2차 국가 철도망 계획’을 변경해 세종시에 KTX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 어렵게 유치한 KTX 오송역의 무력화를 우려케 했다. 이는 명분상 수도권 거주 세종시 공무원들의 교통 편익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오송역을 약화 시키려는 ‘고약한 장난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놀란 충북도가 서둘러 국토부를 방문, “2008년 제2차 국가철도망계획 구상 당시 일부 거론된 바 있으나 이후 논의된 적도, 추진한 적도,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공식 입장임을 확인했다”고 발표, 사태가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이시종 지사는 지난 26일 과거 오송역유치위원 등 각계 인사 17명을 초청, 긴급 오송역 활성화 관련 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에 KTX 세종역 설치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아내야 하고, 오송역의 활성화 등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등 여러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KTX 세종역 설치 검토’를 먼저 보도했던 J일보는 속보에서 충북도의 주장과는 달리 “국토부는 세종시역 설치 문제에 대해 단정적으로 밝힌 바 없다”며 “장기적으로 연구를 거쳐 추진할 수도 있는 과제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충북의 경각심을 또다시 자극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TX 오송역을 유치할 때도 일부 중앙부처와 특정 학회, 인근 시도는 충북 오송 통과를 배제 하려는 집요한 책동을 획책 했었다. 그때 충북 도민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뭉쳐 싸워 충북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했다. KTX 세종시역 설치 문제도 앞으로 또 용암이 분출될 휴화산(休火山) 사안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충북은 세종시 관문역으로서 KTX 오송역의 활성화와 그 역세권 개발, 오송제2산업단지조성 핵심사업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여야를 초월, 충북 발전을 관철 시키는 단합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KTX 세종시역 불설치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하에서도 충북은 더욱 정신 차려야 충북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