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18일 김진식 정무특별보좌관(이하 정무특보)에게 임명장을 주고 소임활동을 지시함으로써 충북도정 역사상 첫 정무특보가 가동됐다. 이에 충북 정가를 비롯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김진식 정무특보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신설된 충북도의 정무특보는 금년 초 정무부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전환함에 따라 충북도의 정무기능을 사실상 총괄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시종 지사와 ‘정무적 호흡’을 함께 하면서 각계의 민의를 지사에게 상달하고 ‘이심(李心)’을 전파하는 소임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국장급(3급)으로 공직을 떠났던 김진식 정무특보의 귀환과 이후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정기관 내부에서는 부지사의 하급자인 김 정무특보가 그의 대외활동에 따라 행정조직 밖에서는 부지사 보다 더 비중 있게 보여질 수 있는 소지가 없지 않다 하겠다.

김 정무특보는 앞으로 국회·정당·지방의회·도교육청· 언론·시민사회단체 등을 상대로 ‘이시종 충북도정’, 더 직선적으로 말하자면 ‘이시종 지사의 심복’이 되어 협력과 화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 특히 지역 언론과 충북 시민사회단체 등과 소통의 광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김 정무특보는 충북도 공보관, 비서실장, 농정본부장, 증평 부군수, 바이오산업추진단장, 충북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어 행정과 산업계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그리고 업무추진력과 친화력이 인정되어 현직에 기용됐다. 그래서 그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의 불안스런 시선이 김 정무특보에 겨누어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직자 출신들의 태생적 한계인 명령복종 일변도 자세, 규정을 합리적으로 넓혀 가는 창발적 사고력의 부족 등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세론이다.

충북도야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최근까지 이시종 충북도정의 대외 정무기능은 충북적십자사, 충북도교육청과의 갈등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수준 이하였다는 게 중론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정무기능 부재’였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무부지사가 정무는 외면한 채 예산확보 등 경제문제에만 치중하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시종 지사의 ‘예스맨’ 됨을 자계(自戒)해야

그렇다면 김 정무특보는 어찌해야 할까. 우선 김 정무특보가 직시할 것은 정무분야 업무 추진은 찬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세차게 부는 들판, 즉 ‘필드게임’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김 정무특보가 이전 공직 세계에서 활동한 터전이 ‘안방 정원’이라고 한다면, 정무특보의 활동무대는 기상변화가 심하고 이익과 파워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소용돌이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날의 내공으로는 난제를 풀어가며 조정능력 등을 발휘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게 따를 것이라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정당(政黨)을 상대로 한 정무활동은 충북도정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과제라고 하겠다. 이시종 충북도정의 중요시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시종 지사가 속한 민주당은 말 할 것도 없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협조가 필수불가결이다. 민주당 외의 야당과도 소통의 길을 넓혀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당, 그 중에서도 민주당 외의 야당과 새누리당은 행정관료 출신인 김 정무특보가 아무리 친화력이 있다 해도 쉽게 정무특보 의중으로 끌어 들일 수 없는 벅찬 상대다. 김 정무특보는 노력을 해도 좌절을 맛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언론을 상대로 한 정무활동은 김 정무특보가 충북도 공보관 출신이라 어느 정도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역 언론의 환경과 생태 등을 잘 알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언론을 요리’하려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변화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지역 언론을 가볍게 여기고, 비판적인 언론을 외면하거나 길들이려 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충북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무활동에서 특히 유념할 것은 이시종 도정에 우호적인 일부 시민사회단체를 편애하고 비판적인 단체를 차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충북도정이 충북도민 모두를 위한 행정인데도 일부 단체의 입김을 편향적으로 받는다면 김 정무특보는 이를 교정하는데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 정무특보가 이 모든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명심하고 또 명심할 것은 ‘충신(忠臣), 충복(忠僕)의 길은 안락한 것이 아니라 가시밭 길’이라는 인식이다. 진실로 충북도정을 위한 일이라면 각 분야 현장의 쓴 소리도 마사지 않고 그대로 이시종 지사에게 전달해야 하며, 이 지사가 도민의 여론에 어긋난 길을 가려 할 때는 직을 걸고 고언(苦言)해야 한다. 김 정무특보는 내년 지방선거 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이시종 지사의 ‘예스 맨’이 되는 것을 철저히 자계(自戒)해야 한다. 그래야 지사도 살고 정무특보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