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마비를 앓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씨(31·여)가 경찰에 체포돼 청주 흥덕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30대 여성이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하고 4년간 시신을 집에 유기한 엽기적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20일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김모(31ㆍ여)씨와 김씨의 내연남 정모(39)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밤 10시쯤 유골을 갖고 생활하는 한 여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20일 오후 1시5분쯤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한 다가구주택을 조사해 박모씨(당시 36세)의 시신을 찾아냈다. 제보자는 “4년 전 한 여성이 내연남과 짜고 장애인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보관한 채 서울에서 살다가 청주로 내려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와 정 씨는 5년 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평소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던 김 씨는 내연남 정 씨에게 "남편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숨진 박 씨는 소아마비를 앓는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었다.

2009년 3월10일 오후 3시경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주택에서 정 씨는 김 씨로부터 집 열쇠를 미리 받아 자고 있던 박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이들은 박 씨의 시신을 이불과 비닐 등으로 감아 상자에 넣어 보관해 오다 택시를 이용, 시신이 담긴 상자를 챙겨 청주로 이사했다. 정 씨의 고향이 청주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씨를 살해한 뒤에도 박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정부에서 다달이 나오는 박씨 몫의 장애인연금 13만~17만7100원을 꼬박꼬박 챙겨 왔으며, 김씨는 남편 박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초등학생 세 자녀에게는 “아빠가 집을 나갔다”고 속여 함께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정 씨는 지인 A 씨와 술을 마시며 "시체를 옮겨야 하는데 도와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A 씨가 고민 끝에 경찰에 제보하면서 이들의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김씨와 정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