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가 또 다시 발생했다.

18일 낮 12시37분쯤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청주산단 내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에서 근로자 P씨(29) 등 2명이 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휴대전화 배터리 제작에 쓰이는 필름 제조 공정을 살펴보던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인 메틸렌클로라이드(MC·CH2Cl2)' 가스를 흡입했다.

'MC'로 불리는 이 물질은 독성이 비교적 약해 사고물질이나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고농도로 흡입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혼수상태를 일으키고 과다노출될 경우 폐가 손상될 수 도 있다.

P씨 등은 밀폐공간에서 무인공정으로 이뤄지는 필름 제조 공정을 지켜보다가 필름이 끊어지자 이를 잇기 위해 작업실 안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폐된 작업실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방독마스크와 안전안경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사고는 올들어 청주산단 내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발생한 세번째 사고로 기록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청주산단 내 휴대전화 액정 가공업체인 ㈜지디에서 불산(불화수소산)이 함유된 용액이 누출돼 근로자 1명이 다쳤다. 이날 사고는 공장에서 불산용액을 점검 하던 J씨(28)가 실수로 밟은 플라스틱 용액 파이프가 깨져 용액과 가스가 흘러 나와 발생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당시 누출된 희석액은 불소함량이 8%에 불과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10일 설날 새벽에는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심텍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3억8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 업체는 황산 등 19종의 화학물질을 연간 1만5800톤 가량 취급하고 있어 소방서의 유해화학물질 중점관리대상 업체로 분류돼 있다. 화재로 인한 화학물질 누출은 없었다.

청주산단에서는 이들 업체 외에도 염산, 황산, 불화수소 등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들이 밀집돼 있다.

특히 중점관리대상 업체 가운데 상당수의 기업들이 공정과정이나 유통과정에서 연간 1만톤에서 수백톤에 이르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

청주시는 지난해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 작성 등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화학물질 취급 업체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전 예방책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주산업단지 관리공단 관계자는 "안전불감증 자체가 의식의 문제다. 대표자들이 모일 때마다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사건이 계속 발생해 난감하다"며 "안전물 관리는 투자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입주 기업들의 의식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