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琵琶)를 하늘의 악기라고 한다. 그래서 천의(天衣) 자락을 휘날리며 구름을 나는 비천(飛天)이 탄다. 천상의 여인은 왜 비파를 들었을까. 중국 설화를 보면 천상의 순수함과 청정함을 인간에게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선율의 낭랑함이 천사의 화음이요 세속악이 아닌 듯 싶다.

한반도에 비파가 전래된 시기는 1천 수 백년전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하늘의 세계를 조형한 것이라는 백제 금동향로에 옛 비파의 모양이 보인다. 피리, 비파, 소(簫), 거문고, 북을 5인의 악사가 연주를 하고 있다. 비파를 또 ‘당비파’라고도 불렀다.

일본에도 고대부터 비파가 전해져 왔다. 현존하는 것을 보면 모두 목이 꺾인 곡경(曲頸) 비파다. 그러나 백제, 신라 유물을 많이 소장한 나라(奈良) 정창원(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비파를 보면 곡경이 아니고 한국의 ‘향비파’와 같이 5현(絃)을 이루고 있다 한다.

일본에 비파 악기 이름을 딴 호수가 있다. 일본 시가현(滋賀縣)에 있는 일본이 자랑하는 ‘비파호(琵琶湖/비와코)’다. 이 호수를 끼고 있는 시가현(滋賀縣)은 교토와 오사카, 고베에 접해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시가현 지사(知事)는 환경운동가인 가다유키코(嘉田由紀子)라는 여성으로 그녀가 현의 수장으로 선출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970년대는 그야말로 오염문제가 극심했다. 호수는 검었으며 아무런 생물도 살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 때 가다여사가 호수 정화를 외치고 나온다.

그녀는 호수오염의 주요 원인이 생활, 축산, 공장 폐수임을 파악하여 주민들에게 우선 합성세제 안 쓰기부터 설득해 나갔다. 그녀는 호수 현장조사 때 노인들부터 들었던 ‘안타깝다’라는 말을 구호로 외치며 주민들을 결집시켰다고 한다.

가다는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 비파호와 친해진다. 호수의 경치에 감탄하여 호수 가에 사는 아름다운 삶을 동경해 왔다. 그녀는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 1979년 시가현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파호 구원의 비천이 된 것처럼 현내 120개 하천을 훨훨 날아다니며 오염 조사를 벌였다.

지난 79년 9월22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시가현이 합성세제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의회에 발의했다는 기사가 한국에서 보도된 것이다. 합성세제의 판매는 물론 주민들이 사용, 증여도 금지하고 있으며 공장 사업장에서도 질소, 인 같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도 환경캠페인에 나서 이 조례가 통과 되는 기적을 실현했다. 합성세제와 비료 사용이 규제되고, 축산분뇨 방류도 금지됐다. 일본 중앙정부도 고무돼 84년에는 전국 9개 주요 호수의 수질보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당시 합성세제 생산 업체들의 반대와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정부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 후 30여년. 주민과 현, 정부의 노력으로 비파호는 그 이름값을 하고 있다. 물은 수정처럼 맑아졌고 주변에는 많은 미술관이 들어서 연중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환경 회복 성공사례로 세계인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2012년 말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수질이 더욱 나빠졌다고 한다. 한강 수계 일부 하수처리장도 부실하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수질이 나빠진 것은 역시 생활, 축산 폐수가 주요인이다. 생활하수에 포함된 합성세제 계면활성제는 발암물질이며 미생물로도 분해가 안 된다.

뜻있는 환경전문가들은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 단양군 등 일부 시군에서 행정당국과 환경단체들이 앞장서 합성세제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운동이 ‘청정한 한국’으로 회생시키는 비파의 낭낭한 선율처럼 전국을 감동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청풍, 대청호 주변이나 한강 주변의 도시들이 일본 비파호의 기적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