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흥배 청주상공회의소 회장과 이태호 전 상공회의소 회장은 친구 사이다. 둘 다 올해 나이 66세다. 청주중 동기동창이다. 두 사람은 자라온 성장과정, 성격, 정치적인 면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차가울 정도로 원칙에 충실한 자세, 상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는 자세도 닮았다. 공통 분모을 찾으면 둘 다 상의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아집이 강한 것도 흡사하다.

오 회장은 화물운송사업을, 이 전 회장은 탁주회사를 선친으로부터 이어받은 것도 비슷하다. 오 회장은 이 전 회장이 청주상의를 이끌던 시절 무려 15년간 부회장을 맡으면서 친구를 도왔다. 둘 사이는 한 때 모래시계 주인공들처럼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중요시 했다

둘은 정치인의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 회장은 이시종 충북지사와 청주고 동기다. 이 전 회장은 정우택 전 충북지사의 경기고 선배다. 이 전 회장은 한 때 도지사 선거 캠프에서 중책을 맡아 이원종 충북도지사를 당선시키는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 회장은 지난 설에 도청직원들에게 선물을 해 이시종지사를 오히려 난처하게 하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지역 경제계 수장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이 도지사 지척에서 정치적 행보를 할 뿐 상공인의 이익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상의회장 선거를 4차례 치렀지만 모두 무혈입성했다. 회장 자격시비를 넘어 관운이 무척 좋은 편이다. 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상의회장' 자리 때문이다. 2012년 1월 18일 오흥배 회장이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오 회장은 회장으로 추대됐다.

지금 둘 사이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신뢰가 무너져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은 상태다. 오 회장이 취임 후 1년이 지났지만 내부 갈등은 진행형이다. 최근 이태호 전임회장의 부적절한 회계처리 문제, 한명수처장의 학력허위기재, 김인제 부회장의 자격시비 등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개인 회사만도 못한 상공회의소란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판이하다. 오 회장은 내부문제를 공론화해 개혁을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등 이 전 회장은 내부문제를 회장이 외부에 유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둘 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 회장은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내부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화성인' 닉네임이 따라다닐 정도로 돌출 행동도 한몫을 했다.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

이 전 회장은 ‘아름다운 퇴장’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나아가 14년 8개월 동안의 장기집권에 있다. 상의 안팎엔 ‘이태호 사람들’이 아직도 건재하다. '이태호 그림자'가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떠날 때 퇴(退)을 분명히 해야 빛이 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신구 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는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청주상의 갈등 본질은 회계문제

이번 사태의 본질은 회계문제다. 청주상의는 전자상거래지원센터 수익금 1억286만원이 입금된 정기예금통장 등 22개 보통예금통장에 총 2억3655만원을 일반회계에 누락시킨 것이다. 일부 회장단 자격시비와 사무처장 허위학력 기재는 부수적인 문제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번 사태의 해결하기 위해선 회계에 부정이 있으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면 된다. 오 회장은 정의는 외롭다고 했다. 의로운 길을 가려면 외롭지만 진실은 밝히고 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태를 처리하는 방법에서 서툰점이 없지 않다. 조직의 수장으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것이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청주상의도 이번 기회에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곪은 곳은 도려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머지 피부마저 상하기 마련이다. 지금 안팎에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오흥배 회장이 이번 사태를 정면돌파 해 개혁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