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1일 통합청주시가 출범한다. 미군정아래 분리 된 후 66만에 다시 합친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청주시장 후보가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통합청주시는 83만명으로 충북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예산도 2014년기준 2조원대이다. 공무원 2천6백여명의 인사권을 가진 수장이다. 광주광역단체의 규모이다. 충북도지사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통합 청주시장의 파워가 커질수록 충북지사의 위상은 추락할 수 있다. 지사와 통합시장의 성향이 다르면 반목과 대립이 증폭될 수 있다. 힘없는 도지사보다는 힘있는 통합시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종윤 청원군수는 지난 27일 지역방송에서 “길이 주어지면 가겠다”며 내년 6월 통합청주시장 출마의사를 표명했다. “출마에 욕심을 내지는 않겠다”는 겉마음과는 달리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군수의 발언은 재선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한범덕 청주시장에게 도전장을 낸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변수이지만,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후보가 되려면 ‘당내 경선’이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두 사람 간에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제 청주·청원통합을 위해 도원결의 했던 두 사람은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정치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게 실감이 난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벌써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청원군이 원하는 통합청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연 이종윤 군수가 스펙을 넘어 통합청주시장에 성공할 수 있지 관심사다. 그의 장점은 두둑한 배짱과 친화력, 그리고 부지런함이다. 매사에 무리가 없어 공무원들과 지역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그의 ‘롤모델’은 변종석 전 청원군수다. 두 사람은 청주농고 선후배 사이다. 고교 18년 대선배이다. 변 전 군수는 민선 초대, 2기 청원군수를 지냈다. 둘은 몸집도, 행정스타일도 비슷하다. 일 추진력과 의리, 소신, 소탈, 따뜻함 등이 판박이다. 13년전 변 군수 행정스타일을 고스란히 옮겨 왔다. 나쁜 점이 아닌 장점만 모방했다. 취임 후 군수실과 부속실 칸막이를 없애고 군수실 개방, 새벽 5시에 민생탐방 후 출근, 현장민원 위주의 행정 등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번 청주 청원 통합도 그가 중심에 서는 바람에 성사 됐다. 그는 취임 후 ‘통합전도사’를 자처했다. 그이 힘이 아니었으면 투표함 개시 투표율 33.3%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열정과 살신성인 이뤄진 결과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종윤 군수가 선거공약으로 통합을 제시했고, 당선 후에도 초지일관 통합의지를 불태운 결과다. 그는 통합 추진에 앞장서지 않으면 군수 재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런 기득권을 포기했다. '바보 노무현'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온 몸을 바친 것처럼 이 군수도 통합을 위해 ‘바보’의 길을 선택한 게 주효했다.

스펙이 흠이지만 도전해 볼만

하지만 통합시장를 하기엔 스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83만 통합시 수장은 중앙무대에서도 어필 할 수 있는 인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스펙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실예로 스펙이 약한 연기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출신인 유한식씨도 연기군수 재선에 이어 초대 세종시장에 당선됐다. 남해 군수 출신인 김두관씨도 도지사에 이어 국회의원, 장관까지 진출하는 세상이다. 선거는 스펙보다 민심이 말해준다. 지금 상황으로는 해볼 만하다.

이 군수의 좌우명은 호시우행(虎視牛行)이다.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보면서 행동은 소처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소처럼 우직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번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불도저’처럼 밀어 부친다.

이종윤 군수는 올 군정 방향을 가늠할 사자성어를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정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소처럼 우직하게 군정 마차의 마부가 돼 기꺼이 채찍을 들겠다는 것이다. 소 같은 이 군수가 주마가편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